등록 : 2005.11.14 17:51
수정 : 2005.11.14 17:51
유레카
황우석 교수와 공동연구를 벌여온 미국 연구자 제럴드 섀튼 교수가 난자 기증 과정의 윤리 문제에 대한 우려로 황 교수와 결별하기로 했다고 한다. 결별의 배경 등에 대해 추측이 무성하지만, 이번 일과 별개로도 난자 채취의 윤리 문제는 아주 예민한 사안이다.
여성이 매달 하나씩 만드는 난자는 오랜 세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영역에 속했다. 사람이 제대로 다룰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첫 사례는 시험관 아기 시술일 것이다. 1978년 7월25일 영국에서 루이즈 브라운이, 그리고 10월3일에 인도에서 두르가 아가르왈이 시험관 시술로 태어나면서, 난자와 정자를 조작하는 체외 수정 기술은 널리 퍼져나갔다. 현재 미국에선 전체 신생아의 1% 정도가 체외 수정으로 태어난다고 할 정도다.
난자 채취는 간단하지 않다. 자연적으로 생기는 난자를 한 달에 하나씩 채취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배란을 촉진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보통 열흘쯤 투여해 최대 10개 정도 얻을 수 있다. 여성이 평생 평균 400~450개를 만든다니 적은 수가 아니다. 배란이 가까워오면 주삿바늘로 여성의 질 벽을 뚫고 난소에 접근해 난자를 꺼낸다고 한다. 난소는 길이 25~50㎜, 너비 12~20㎜, 두께 6~11㎜ 정도이고 난자의 지름은 약 20㎛(0.02㎜)이니, 아주 정밀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크고 작은 위험이 따른다.
황 교수 연구팀이 연구에 쓴 난자는 400개쯤 된다고 한다. 앞으로 줄기세포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까지는 또 얼마나 필요할지 모른다. 이 기술이 난치병 치료에 실제 적용될 때 필요한 난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난자를 병 치료에 이용하는 건 여성 고유의 생산 능력을 전혀 다른 데 활용하는 것이다. 채취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가 없더라도, 여성 몸을 ‘착취’하는 측면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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