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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7 18:04 수정 : 2005.11.17 18:04

이종원 일본 릿쿄대학 교수, 국제정치

세상읽기

11월16일 한-중과 미-일 정상회담이 동시에 개최됐다. 쿄토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세계 속의 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부시 대통령이 “미-일 관계는 사활적 중요성이 있으며 굳건한 기반 위에 있다”고 뜨겁게 화답하는 낯익은 모습이 연출되었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외교 안전보장 차원에까지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확대 심화한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는 모습의 한 단면을 보는 느낌이다. 군사 안전보장 면에서는 서서히 미-중 간의 “신냉전”적인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대립과 견제를 통한 “소극적 균형자”의 길보다는, 통합과 지역 형성을 통한 “적극적 균형자”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당초 예상보다는 선명하게 미-일 동맹의 대중국 견제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회담 뒤 외교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일본을 “자유의 거점”으로 한껏 치켜올리며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자유의 확산”을 역설했다. 그 주된 타깃이 중국임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외교연설의 후반은 주로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자유화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일본에서 대아시아 및 대중 정책을 표명함으로써 미-일 동맹 중시를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미-일 동맹 예찬”의 무대 뒤는 반드시 화기애애 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공동 기자회견만 있었을 뿐, 공동성명과 같은 문건은 하나도 발표되지 않았다. 아펙 정상회의 가는 도중에 서둘러 설정된 회담으로, 본격적인 작업은 내년 초로 조정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 때로 미루어 진 것 같다. 주일 미군과 기지 재편을 둘러싼 미-일 간의 불만과 불협화음을 우선 봉합하고 모양새를 갖추는데 주력한 인상이 짙다. 미-일 동맹을 치켜올리는 뜨거운 말들은 오히려 어려운 현실을 뒤덮기 위한 포장지인지도 모른다. 부시 대통령이 사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야스쿠니 참배등 역사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도 이같은 맥락의 배려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주된 의제는 주일미군 기지재편 문제와 미국산 소고기 수입허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에 관해서는 미국이 다소 불만을 남긴 타협안이지만, 이 두 문제 모두 미국의 요청을 일본이 받아들인 형태다.

한국으로서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북핵문제 및 6자회담에 관한 미-일 정상 간의 논의다. 의제로서는 포함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은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이 적지 않은 의제이며, 북일교섭의 진전 조짐과 관련해서, 향후 북핵문제 및 6자회담 과정에서 일본이 어떠한 역할과 위상을 차지하는가에 대해 깊은 논의가 전개되고 있음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아펙 이후에도 사상최초의 동아시아 정상회담 등 큰 외교 무대들이 잇따른다. 격변하는 동북아시아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상차원의 적극적인 외교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금년도에 예정된 한-일 정상 간의 셔틀외교의 일환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은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야스쿠니 문제의 현실적 대안 형성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도 정상 간의 만남을 통한 문제제기가 외교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종원/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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