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0 20:18
수정 : 2005.11.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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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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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의법과세상
검사 시보 때 처음 배당받은 구속 사건은 중동 파견노동자의 20대 아내가 외로움을 못이긴 나머지 건넌방에 세든 고등학생에게 맥주를 사주는 등 유혹해 간통한 사건이었다. ‘중동에 파견된 산업역군들의 가정보호를 위해 정책적으로 최고형을 구형하라’는 지시에 따라 징역 2년씩을 구형해야 했다.
내가 처음 직접 구속한 사람은 60대 목수였다. 일하던 집에서 쌀을 훔쳤는데 강아지, 옷 등 자질구레한 생필품을 훔친 전과가 있어 상습범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날 밤은 찬바람이 무척 세게 불어 잠을 못 이뤘다.
구속에 직면하면 혈족이나 부부간의 의리, 애정마저도 사라지기 쉽다. 오죽하면 어느 장관은 “아내가 뇌물 받은 것을 몰랐다”고 끝까지 주장해 자신은 면책되고 아내만 구속되게 했을까. 구속은 명성이나 평판과 같은 외부적 명예만이 아니라 자긍심과 같은 명예감정은 물론이고, 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으면 전학까지도 고려해야 할 정도로 가정과 소속 기업 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구속 여부는 큰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자주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다. 형무소를 교도소로 개명하더라도 감옥이 학교로 바뀌지 않듯이, 판결 확정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아무리 되뇌더라도 신체의 구속은 그 자체로서 분명 강력한 처벌과 응보적 감정의 해소책으로 작용한다.
법률은 구속 요건으로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를 들고 있다. 중벌 가능성이 높으면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전제에서, 법으로 중형이 정해진 사건은 구속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관행은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인 간통이나, 벌금형도 가능한 단순 절도사범을 대부분 구속했다. 반면 국회가 무기징역 등 중형을 규정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범 등은 구속되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
국가가 개인에게 생명과 신체를 부여한 바 없으니 생명권이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은 하늘이 준 것이고, 국가는 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과 방편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21세기 문화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당연히 사형을 폐지해야 하고 구속 등 강제수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최근 두산 비자금 사건에서 단군 개국 이래 실질적으로는 최초로 중대 범죄를 대상으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선언됐다. 사회적 강자에게 적용된 이 원칙이 앞으로 서민범죄에도 똑같이 굳건하게 유지될 것을 기대할 뿐이다. 그런데, 큰일이다. 다 불구속하면, 변호사는 뭘 먹고 사나?
김용철 기획위원·변호사
kyc03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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