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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난 무살람 팔레스타인 베들레헴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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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11월9일 요르단 암만의 고급 호텔들에서 일어난 3건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57명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숨진 유혈 참사는 다시 한번 잔인한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알카에다를 전세계 언론의 주요 뉴스로 올려 놓았다. 알카에다는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고 무엇을 대표하며 조직의 본질과 활동은 무엇인가? 알카에다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이슬람을 대표하고 있는가? 아랍어로 기지를 뜻하는 알카에다는 19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과격 이슬람주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내과의사로 이집트 알지하드 그룹을 이끈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에 대항하는 전세계 지하디스트(성전 전사) 지도부에 합류했을 때 처음 사용됐다. 팔레스타인 학자인 압달라 아잠 박사는 소련군에 대항하기 위한 군수물자 보급, 신병모집과 훈련, 작전 활동을 수행할 토대를 만들기 위해 파키스탄 폐샤와르에 마크탑 알 키다마트(병역 사무소·MAK)라는 포괄적인 조직을 세웠다. 아잠 박사와 동료들은 MAK를 ‘알카에다 알술바’(굳건한 기지)라고 불렀다. 이러한 반 소련 활동들은 대부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아잠의 세계적 성전 전사로서의 이력은 1989년 그와 자녀 2명이 폐샤와르에서 암살됐을 때 종말을 고했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 시기(1979~1989) 동안 100만명의 아프간인들이 숨졌다. 아프간의 많은 소년 전쟁 고아들은 파키스탄에 있는 종교학교들로 보내졌고 이곳들은 결국 미래의 탈레반(학생) 전사 양성소가 되었다. 탈레반 정권은 1996년 사우디와 파키스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간을 장악했다. 부유한 빈 라덴은 (탈레반이 된) 전쟁 고아들을 후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89년 아프간에서 소련군이 물러난 뒤 반 소련 자원병들의 상당수는 1990년대초 이집트, 알제리등 이슬람권 국가들로 돌아가 각국에서 ‘이교도’ 정권에 대항한 성전을 계속하려 했다. 다른 이들은 1990년대에 발칸 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이나 1990년대에서 지금까지 계속되는 체첸 독립전쟁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지하드 활동을 벌였다. 빈 라덴과 알자와히리는 아랍과 이슬람권 출신의 아프간전 참전자들과 이집트에서 알자와히리가 이끈 지하드 그룹 조직원들로 구성된 알카에다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새로 구성된 이 조직의 재정 부문은 부유한 빈 라덴이 총괄했다. 아프리카 수단은 그들의 근거지이자 훈련장이 되었다. 소련과의 전쟁에서 한때 동맹이었던 미국과 이들 성전 전사들은 이제 원한 사무친 적이 되었다. 1996년 5월 빈 라덴과 알자와히리는 수단에서 쫓겨났고, 곧이어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던 아프간에 은신처를 마련했다. 전세계의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이 아프간에 있는 빈라덴의 훈련 캠프로 몰려들었다. 1998년 초 빈 라덴, 알자와히리와 이집트, 사우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서 온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은 ‘유대인들과 기독교에 대항하는 국제 이슬람 전선’ 결성을 선언했다. 그들은 모든 나라에서 미국인들과 그 동맹세력을 살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종교칙령(파트와)을 발표했다. 이제 미국과 알카에다 사이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아제르바이잔과 알바니아에서 알카에다와 연결된 전사들을 납치했다. 이에 대항해 알카에다는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을 벌였다. 1998년 8월20일 미국은 아프간에 있는 빈 라덴과 알자와히리 등 알카에다 지도부를 겨냥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빗나갔다.2001년 6월 알자와히리의 이슬람 지하드 그룹과 알카에다는 공식적으로 합쳐 현재의 ‘알카에다 알 지하드(성전의 기지)’를 결성했으며, 지도부는 대부분 이집트와 사우디 출신의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이다. 그 해 9월11일 알자와히리, 빈 라덴과 성전 전사들은 쌍둥이 빌딩과 미 국방부에 대한 자살공격에 대한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산악지대로 도망쳤다. 알자와히리는 9·11 공격 계획을 주도한 주모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선 과거 아프간에서 소련군에 맞서 싸웠던 쿠르드족 전사들이 탈레반과 비슷하고 알 카에다와 연결된 안사르 알이슬람(이슬람의 지지자들) 조직을 결성했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안사르 알이슬람은 이란과 국경을 접한 쿠르드지역 동부의 산악지대와 여러 마을을 통제했으며 현 이라크 대통령인 잘랄 탈라바니가 이끄는 세속적 정당인 쿠르드애국동맹(PUK)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미국은 안사르 알이슬람이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인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비난한다. 요르단 출신인 자르카위는 당시 이미 요르단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이라크전이 시작되자 미 지상군과 공군이 쿠르드애국동맹 전투원들과 함께 안사르 알이슬람의 근거지를 공격해 이를 파괴하고 많은 조직원들을 죽이거나 붙잡았다. 이후 안사르 알 이슬람은 알자르카위와 연합해 겨우 조직을 복원해 냈다. 이라크인들과 이슬람권에서 온 이슬람주의자 자원병들, 쿠르드족 급진 이슬람주의자들로 구성된 ‘알 타우히드와 지하드 그룹(유일신과 성전)’을 이끌 당시부터 자르카위는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을 숨지게 한 파괴적 자살폭탄공격의 배후 인물로 비난받아 왔다. 자르카위 그룹은 많은 외국인들과 아랍인들을 납치해 참수하고 이를 동영상에 공개하는 끔찍한 행위로도 비판을 받았다. 2004년 10월 자르카위의 조직은 공식적으로 빈 라덴의 알카에다 조직과 합쳐 ‘두 강 사이의 땅’, 즉 이라크의 지하드 알카에다(기지)라는 조직을 결성했다. 알카에다는 치밀한 상하 위계질서를 가진 구조가 아닌 넓게 분산된 네트워크 조직으로 여겨진다. 중앙집중적이지 않고 분산된 활동 방법과 구조 때문에 알카에다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재정과 물자 조달을 위주로 하는 핵심 조직만으로도 전세계에 걸쳐 활동하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분산된 활동들은 발리와 자카르타, 마드리드, 런던, 샤름 엘 셰이크, 암만 등에서 나타났다. 알카에다의 분산된 구조는 정교해진 웹사이트와 인터넷을 활용함으로써 큰 도움을 받았다. 사전에 녹음된 비디오나 오디오 테이프는 지하드 웹사이트부터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나 <알아라비야>의 거대한 시청자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결국 이 메시지들은 서구와 전세계 언론들을 통해 세계로 퍼졌다. 알카에다의 두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웹사이트와 위성방송들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라크의 알자르카위 그룹도 웹사이트를 정기적으로 폭넓게 사용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폭넓은 멀티미디어 가운데는 테러 훈련 장면, 살해되기 직전 희생자들의 모습, 자살폭탄범의 증언들, 모스크 사진들과 마음을 뒤흔드는 음악을 섞어 성전에 참가하는 것을 낭만화하는 잘 만들어진 서사적 비디오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은 그들이 저지르는 유혈공격을 통해 이슬람을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실제로 이슬람을 대변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슬람은 알라에 대한 완전한 순종을 뜻하는 아랍어다. 인류의 5분의 1, 10억명 이상은 개인적, 집단적인 의무를 통해 이슬람을 따르는 경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무슬림들이다. 이슬람주의는 현재 아랍과 이슬람권의 이슬람적이지 않은 세속적 정부와 사회를 대체해 샤리아(이슬람법)에 기반한 사회를 세울 것을 옹호하는 정치 이데올로기다. 이슬람주의 안에는 과격 이슬람주의를 포함해 다양한 조류가 있다. 대부분의 이슬람주의자들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이며 “타자”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고 다원주의적이고 민주적인 환경 안에서 주장을 펼친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최근 몇년 동안 국가 체제 안에서 민주적 게임을 선택한 이슬람주의자의 가장 좋은 사례다. 그러나, 대부분 젊은이들인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폭력 사용을 옹호한다. 그들은 현 사회 안에서 느리게 진행되는 이슬람화를 참을 수 없다고 여기며,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지금 당장 샤리아에 기반한 사회를 세우길 원한다. 최근의 과격 이슬람주의는 1981년 이집트에서 안와르 알사다트 대통령의 암살과 함께 등장했으며, 이들은 1979년 호메이니가 이끈 이란 이슬람혁명에서 자극을 받았다.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은 이슬람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다. 많은 비무슬림들은 알카에다와 자르카위가 이슬람의 이름으로 저질러온 전세계적 테러 때문에 이슬람이 부당하게 테러와 결탁했다고 여기고 있다. 아드난 무살람/팔레스타인 베들레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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