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1 19:48
수정 : 2005.02.01 19:48
“공기 밥 추가요!”
이 소린 머지 않아 모 방송국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나 나오게 될 것 같다. 당췌 가는 식당마다 밥 한 공기 더 사먹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디…. 예전엔 “밥 적으시면 말씀하세요. 더 드릴께요” 하면서 밥 한 공기쯤이야 공짜로 주기까지 했지만 요새는 얻어먹는 건 커녕 돈주고 사먹겠다는 데도 먹을 수가 없다. 이유는 단 한가지, ‘남는 게 없어서’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일인분을 더 추가하란다. 맨 밥만 더 먹고 싶어서 공기 밥을 추가시키는 사람은 없다. 돈을 아끼려는 것이 아니라 배가 덜 찼는데 마침 반찬이 남았으니 공기 밥 하나만 더 달라는 거다. 죽어도 그렇게는 안되겠단다. 하는 수 없이 일인분을 더 시킨다.
문제는 음식 쓰레기다. 적당량만 먹는다고 해도 우리 음식은 국물음식이 많고 한 그릇 요리가 드물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 처리하는 일의 경쟁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없이 후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그 동안은 ‘공기 밥 추가’가 음식 쓰레기 줄이는 데에는 효자 노릇을 했었다. 서양엔 몇 그램 혹은 몇 조각 등 확실히 객관적인 구별을 할 수 있는 기준으로 음식을 시키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누가 만든 기준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애매한 ‘일인분’이 식당 메뉴의 기준이 되고 있다. 때문에 사람마다 밥과 반찬을 먹는 양이 다름으로 다 먹고 난 테이블엔 언제나 음식 쓰레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남는 반찬을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공기 밥 하나 추가 시스템’이었다.
도저히 일인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메뉴도 있다. 이름하여 ‘한정식’이라는 메뉴인데 반찬이 하염없이 나오고 한 상에 국도 있고 찌개도 있다.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반도 못 먹는다. 이인분 시켜놓고 공기 밥 하나 더 시켜서 셋이 먹으면 딱 좋으련만 공기 밥 추가 절대 불가다. 식당주인에게 말이라도 꺼낼라치면 거절당하는 건 당연하고 음식낭비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치사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공기 밥 추가가 안되는 것보다 한 술 더 뜨는 게 있다. 예전엔 혼자하는 여행을 즐겼는데 어쩌다 관광지역에 가면 아예 일인분조차 팔지 않는 식당들도 허다했다. 혼자서 밥을 사먹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여행은 무조건 둘 이상이 다녀야 한다고 법에 정해 놓은 것도 아니련만 이 세상에 식당에 혼자 들어가서 밥을 먹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이 이인분이다. 가난한 연극배우의 주머니 사정도 사정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음식 버리는 것을 죄악시해온 탓에 엄청난 양이 남을 게 뻔한 이인분을 주문할 수가 없어서 사정을 해봐도 시골 인심이 어찌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매몰차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이인분을 시키면서 한 고집하는 나는 돈은 이인분을 낼테니 음식은 일인분만 달라고 주문하고는 했다.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럴 때 주인들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이라니….)
왜 다 들 음식의 가격에만 관심 있고 음식 쓰레기엔 관심들이 없는 걸까?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환경이나 음식 낭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난 환경 운동하는 사람 치고 먹고 사는 거 편한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그런 건 핑계고 엄살이다. 음식 쓰레기로 비료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적당량만 먹고 할 수 없이 남기는 양만으로도 비료재료는 충분하다. 분리수거만 잘 된다면 음식 쓰레기가 적어서 비료 못 만든다는 얘긴 우리나라가 존재하는 한 나오지 않을 꺼다. 혹시 추가 시 공기 밥값을 일인분 가격에 가까울 정도로 비싸게 하면 경기 안 좋은 식당에도 도움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지구상엔 아직도 굶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우리나라만 해도 결식 아동들의 수가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장사 이윤을 위해 일부러 음식이 버려지는 일을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음이다.
오지혜/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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