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1 19:54
수정 : 2005.02.01 19:54
인터넷은 과연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한 소통의 바다인가? 지금까지는 다들 그런 줄 알고 있었다. 누구나 그 어떤 게시판에 자신이 원하는 글을 올릴 수 있고, 그 누구에게도 메일로 자신의 글을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인터넷은 이미 권력과 자본의 철저한 통제에 길들여져 왔다. 연예인 문건 사건은 바로 이러한 인터넷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고, 그 중심에는 막강한 언론권력을 행사하는 포털 사이트가 있었다.
포털 사이트는 연예인 문건 사건 이전부터 ‘A양 밤마다 남자 사냥’식의 기사 등으로 무수한 명예훼손을 저질러왔다. 해당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연예인들의 실명이 올라왔고, 포털은 이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연예인 문건 기사 밑에도, 파일링크는 물론 파일내용을 거론하는 댓글이 수십만 건 올라왔다. 포털은 제일기획 쪽과 스타기획사 쪽이 댓글을 삭제해 달라 요구했음에도,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극히 일부만 삭제를 하는 데 그쳤다. 연예인 문건을 내려받으러 몰려든 네티즌의 수를 감안하면, 포털은 지금까지 페이지뷰 증가에 따른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의 글 〈연예인 X파일 방치한 포털사이트〉와 필자의 글 〈연예인 X파일로 이득 본 포털〉 등 포털 비판론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구석에 처박았다. 연예인 문건 특집 코너를 만들어 페이지뷰 장사를 계속하고 있었으면서도, 자신들에 대한 비판글은 이 코너에서조차 배제시킨 것이다. 포털은 자신들이 언론이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페이지뷰에 따른 광고수익을 올리면서, 자신들의 비판글을 교묘하게 걸러내는 천박한 족벌 상업주의 언론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했다.
이러한 포털 책임론 은폐 시도에는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도 동참했다. 현재까지 인터넷언론과 종이신문 인터넷 그 어디도 포털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는다. 다만 〈경향신문〉 인터넷판과 〈미디어오늘〉만이 포털 비판글을 수용해주고 있을 뿐이다.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 등 방송사가 자사의 시사프로와 토론프로에서 포털 책임론을 짚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인터넷 전문가라 자청하는 인터넷신문의 미디어기자들은 포털 책임론에 대해 “좀 더 분석을 해봐야 한다”라며 논점을 돌린다. 인터넷과 거리가 있는 방송사 피디들은 10분이면 파악하는 내용을 어째서 인터넷 전문가들이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미 한국의 인터넷 여론은 포털이 지배한 지 오래다. 미국의 포털 사이트 아메리카온라인이 엄선된 8개의 언론사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는 반면, 한국의 포털 사이트는 무려 80여개의 언론사를 장악하여 하루 8천여개의 기사를 끌어온다. 그 기사를 편집하는 인력은 불과 10여명이다. 그것도 편집 담당자가 숙련된 언론인도 아니다. 포털은 최저의 비용만 투자하여 한국의 전 언론사의 콘텐츠를 헐값에 사와, 페이지뷰 장사를 하며 언론권력을 누려왔던 것이다.
언론개혁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위한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판할 수 있는 출판사가 10여개도 안 되는 현실에서 안티조선 운동은 시작되었다. 그럼 지금 포털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는 언론은 몇 개나 될까? 아직까지 방송을 제외한 그 어떤 언론도 포털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안티조선의 기치를 내건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근거없이 1500명 비밀파일이 존재한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포털 책임론을 은폐하는 데 한몫 거들고 있다. 사업적으로 포털과 너무 깊이 얽혀 있는 것일까?
지금 인터넷에서는 자유로운 비판정신이 자본과 권력에 의해 철저히 통제당하고 있는 것이다.
변희재/전 브레이크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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