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28 18:21 수정 : 2005.11.28 18:21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

기고

아주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수당으로 지원할 155억원을 내년도 교육 예산안에 반영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지원액은 전국의 사립유치원 교사 2만3000명에게 다달이 5만5000원씩 1년간 지원할 돈이다. 액수 규모로 보면 결코 많은 것은 아니다. 아주 미미한 지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소식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게 들리는 까닭이 있다.

우선은 워낙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봉급이 열악하기 때문에 5만5000원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언급했듯이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봉급은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의 50%에 불과한 형편이다. 그들이 받는 봉급은 4년제 대학 졸업자로서 자격증을 가지고 취업할 수 있는 직종 중에서 명백히 최하위 수준이다.

또한 지원액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지원이 국가부담으로 공식화된다는 것은 사립유치원의 교육적 필요와 공헌을 이제 비로소 공인하기 시작한 것으로 느껴져 반갑다. 초·중·고등학교는 국·공·사립 여부에 상관없이 공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교사들의 인건비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유아교육법 등으로 이미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천명된 지 오래인데, 국·공립 유치원에 대한 지원은 이에 준해서 지원하면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은 이제껏 외면해온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었다. 이제 그것이 바로잡혀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국회의원들의 유아교육, 그리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반가운 일이다. 여야 의원들 모두가 사립유치원 교사들에 대한 담임수당 지원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가 상정한 원래의 교육예산안 속에는 포함되지도 않았던 지원항목을 의원들이 새롭게 삽입한 것은 결국 의원들이 사립유치원의 어려움과 지원 필요성을 교육부 못지않게 절감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이다. 국회의원들이 이렇듯 적극적으로 유아교육과 사립 유치원에 대한 지원에 앞장선다고 하면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장래는 무척 밝다. 그들이 법으로 지원해 주면 유아교육은 산다.

그러나 아직 어려움은 많다. 우선 국회 교육위원회 통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결위 통과라는 험난한 첩첩산중의 장애물이 놓여 있다. 내년도 교육예산이 30조원에 육박한다. 그 중에 155억원은 정말로 적은 액수다. 그런데 아주 적은 액수지만, 유아교육(유치원교육)의 거의 대부분을 감당하는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는 엄청난 희망과 사기를 북돋우는 지원이다. 이 돈을 아끼려다 유아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젊은 교사들이 낙담해 유아교육의 질을 떨어지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기를 바란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유아교육에 대한 확신있는 목소리와 철학에 기대를 건다. 여성경제5단체 초청 특강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유아보호와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유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망한다” “우리의 유아보호와 교육 정책은 이미 10년 정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보강하지 않으면 20년 뒤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이해찬 총리의 뜻이 이번 예결위에서 잘 반영되길 바란다. 아울러 본회의에서도 절대다수 의원들의 찬성으로 통과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연말에 이런 예산안이 확정되면 유치원 선생님들과 더불어 크게 만세삼창을 하고 싶다.

문용린/서울대 교수·교육학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