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9 17:31
수정 : 2005.11.29 21:24
유레카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불린다.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지만 치료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우울증이 때로는 ‘죽음으로 향하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통계상 자살한 사람의 70%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의학적으로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생물학·환경·심리·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정설이다. 생물학적인 요인의 경우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멜라토닌 등 신경전달 물질의 조절 장애로 설명된다. 가을이나 겨울철에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는 것은 햇빛의 양이 줄어들어 멜라토닌 분비가 적어지기 때문이라는 학설도 있다. 심리적인 요인과 관련해 팀 라하이는 ‘모욕·상처·거부+분노×자기연민=우울증’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역사상 뛰어난 예술가들 중에는 우울증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케이 재미슨 교수는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 중 38%가 우울증 병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하지만 예술가들에게 우울증은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오스카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나 라흐마니노프의 <서곡> 등은 심각한 우울증세 끝에 나온 걸작의 예로 꼽힌다.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경우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후반기 작품들에서는 창조성이 시들었다는 평가마저 있다.
최근 자살한 국내 굴지 그룹 총수의 딸도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사회경제적 위치가 낮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여성 중 세번째 부자라는 그가 우울증 끝에 자살에까지 이른 것을 보면 경제사정과 우울증은 꼭 연관관계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경제적 궁핍에서 온 절망감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죽음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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