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30 18:30
수정 : 2005.11.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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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이 칭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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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중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경제개혁을 통해 거대한 성취를 이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 분화와 모순을 낳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 중국 지식사회의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다.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 체제가 흔들리면서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사유재산, 자유시장과 형식 민주주의 이념을 내세워 사회주의를 공격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적 시각과 관점이 유행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시각은 세계적 범위에서 터져나오는 계급·계층과 지역의 극단적 분화에 대해 적절히 설명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 논리는 자유시장과 국가 개입,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지구화와 반지구화, 사유재산제와 국유제 등 이원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런 이원론을 바탕으로 중국의 개혁 과정을 해석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이원론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중국에서 시장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자유시장’과 ‘국가 개입’을 이원적으로 대립시키는 시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중국은 국내적으로 국가의 권리를 기업과 민간에 넘겨 시장경제 영역의 확장을 꾀해 왔고, 대외적으로 무역·금융체제 개혁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하는 세계시장체제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과정은 급격한 사회변동을 낳아 1989년의 심각한 사회 위기를 부르기도 했다. 국가는 1989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시장경제의 확대를 꾀했다. 여기서 우리는 국가가 정책과 법률을 통해 시장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시장경제의 발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장의 확장이 ‘반시장 역량’인 국가의 개입에 의존하는 역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중국의 이런 시장경제 확장 과정을 설명할 길이 없다.
다음으로, 국가와 사회세력의 관계에도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계층·지역의 소득 격차는 확대됐다. 국가의 실천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와 모순을 낳았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사회주의-자본주의 이분법 또한 현실 분석의 틀 노릇을 할 수 없게 됐다. 사유재산제와 국유제의 문제도 이원론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사유화’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형식으로 발전해왔다. 하나는 민간에서 발전한 민영경제다. 다른 하나는 국영기업의 ‘사유화’다. 오늘날 중국의 부패, 대규모 실업, 사회 불공평, 사회보장의 와해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중국의 경험을 돌아볼 때, 신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 경쟁을 통해 스스로 조절하는 시장’이라는 관념과, 오늘날 시장경제의 역사적 형성·운행 과정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이분법과 시장 만능주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가 촉발시킨 전지구적 사회운동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투쟁은 오늘날 새로운 투쟁 모델을 보여준다. 이는 국제조직과 기구에 전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제기구의 참여를 통해 이 조직을 민주화하고, 이런 투쟁을 통해 국내와 국제의 경제정의를 꾀하는 투쟁 모델이다. 민족국가 범위 안에서든 아니면 전지구적 차원에서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반드시 민주와 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발전은 단순한 경제 발전 또는 시장 발전으로 대신할 수 없다. 우리가, 유행하는 신자유주의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왕후이/중국 칭화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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