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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30 18:36 수정 : 2005.11.30 18:36

조홍섭 편집국 부국장

조홍섭칼럼

중국 쑹화강에 이어 러시아 아무르강 주변을 비상사태로 몰아넣고 있는 벤젠 오염 사태는 1991년 우리나라의 페놀 오염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기업의 허술한 관리로 수백만명의 식수원에 유독물질이 흘러들어 단수 사태가 벌어진 점은 빼닮았다. 우리나라에선 이 사태를 계기로 환경문제가 전국적인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환경정책이 뼈대를 잡게 됐다. 사상 최악의 수질오염 사태를 겪은 중국은 이번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하얼빈에서 단수 사태가 났을 때 마침 베이징에서 한국언론재단과 중국 신화통신사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도시발전 및 환경 센터의 한 전문가에게 이번 사태의 의미를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은 큰 나라입니다. 이런 사고는 매년 한두 건 발생하는 게 정상이죠.” 곧 다른 관계자가 “환경사고가 당연하다는 게 아니라 피하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정정했지만, 중국 당국자가 지닌 환경의식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환경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다음의 일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번 식수오염 사태는 중국의 환경정책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하얼빈 시민들이 수돗물 공급중단 사태를 맞았지만, 농촌에서는 약 9천만명이 산업폐수 등으로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으며 약 1억명은 충분한 양의 식수 자체가 부족하다. 또 세계은행은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20개 도시 가운데 16개가 중국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속성장의 거점인 대도시에서 환경은 더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중국에 머문 나흘 동안 미세먼지가 걷힌 청명한 천안문 광장의 모습을 끝내 보지 못했다. 아직도 자전거 출퇴근자는 적지 않았지만 승용차 물결 속에서 위태롭게 곡예운전을 하고 있었다. <신화통신>의 한 기자는 “자전거는 가난뱅이의 교통수단이 돼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의 도시면적은 전체의 4.2%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42%가 몰려 있다. 여기서 공업생산의 60%, 국내총생산의 70%가 나온다. 고등교육기관과 과학기술 시설의 90%가 몰려 있기도 하다. 그 결과 베이징 인구는 해마다 36만명이 늘고 있다. 상주인구는 1200만명인데 유동인구가 500만명에 가깝다. 도시로 떠도는 농촌인구는 1억2천만명에 이른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넓은 나라이면서도 “땅이 모자란다”는 비명이 나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도시민들은 자원과 에너지를 다량 소비함으로써 환경문제를 악화시킨다. 월드워치연구소의 <지구환경보고서 2004>를 보면, 중국에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억4천만명의 ‘소비자 계급’이 존재한다.

중국의 계획가들은 고령화 시대가 오기 전에 앞으로 20년 동안은 고도성장을 계속해 근대화를 완수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갈수록 커져가는 빈부격차, 부동산 거품, 건설과열, 그리고 극심한 환경오염 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는 중국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세계 인구의 20%와 전세계 동식물종의 10%를 보유한 중국은 세계 최고의 석탄과 비료 생산·소비국이고, 세계 3위의 석유소비국이자 2위의 목재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최근 내놓은 책 <문명의 붕괴>에서 중국을 갈지자걸음으로 비틀거리는 거인으로 묘사했다. 앞서 산업화를 이룩한 선진국이 겪은 부작용을 고스란히 되풀이할지 아니면 건너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홍섭 편집국 부국장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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