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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4 18:35 수정 : 2005.12.05 10:25

김용철 기획위원

김용철의법과세상

미국에선 해가 지면 뉴욕 맨해튼 중심가도 위험하다. 특히 여성은 외출하면 안된다. 대낮에 도심 한복판을 걸으면서도 항상 사방을 경계해야 한다. 햄버거가게나 학교에서는 어디선가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을 조심해야 한다. 범죄자의 절반 가량만 체포되고, 그중 절반만 유죄판결을 받는다.

이상하게 가난한 배심원들이 평결하는데도 부자는 무죄가 선고되기 쉽다. 검찰은 항소권이 없어 1심 무죄면 그대로 확정된다.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한 힝클리는 총을 쏘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죄선고를 받아 정신병원에서 잠시 치료(?)받은 뒤 석방됐다. 검거를 피해 도주하는 장면이 생중계된 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심슨은 직접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민사소송에선 범행이 인정돼 손해배상책임을 졌다. 이런 기이한 재판에 대해 촛불집회와 같은 항의시위도 없다.

그런데도 남의 나라의 일에는 관심이 많다. 다른 나라의 인권이나 치안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면 그 나라 국민의 뜻과 상관없이 정의의 이름으로 항공모함까지 몰고 가 온나라를 초토화시킨다.

법률가는 수십만명이라 워싱턴에서 돌을 던지면 대부분 변호사가 맞는다. 4년제 대학 졸업 뒤에도 등록금만 3억원에 이르는 3년제 법과대학원을 졸업해야만 법률가 자격을 얻지만 실제로 변호사업을 하는 이는 30%도 안된다. 이 나라의 변호사 자격은 1~2개 주에서만 인정되는 자격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국제변호사 자격으로 통용됐다. 이에 따라 우리의 유망한 젊은이들이 명망가의 추천을 받아 어렵게 유학생활을 마치고 자격을 얻지만 정작 언어·실무능력 부족으로 법정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변호사는 나쁜 이웃’이라는 속담까지 있는 것을 보면, 법률가에 대한 사회적 평판 역시 범죄자보다 특별히 나은 것도 없는 듯하다. 해마다 10여명의 법관이 뇌물죄로 구속된다. 종신제인 법관은 재판 도중 종종 잠들기도 하고 치매 증세로 엉뚱한 판결도 한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미국식 법과대학원이 생긴다. 정규 대학교육을 받기 힘든 가난한 집안 출신의 법조인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고, 대학 학비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서민의 자녀는 장래 희망직업에서 또 하나를 제외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참으로 답답하다.

어쨌든 아름다운 나라와 비슷한 경지에까지 가야만 사법개혁이 완결되나보다.

김용철 기획위원·변호사 kyc03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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