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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4 20:50 수정 : 2005.12.04 20:50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세상읽기

며칠 전 20대 여성의 취업이 남성을 앞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남성들이 오히려 살기 힘든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기사를 읽어보면 20대 취업자 중에서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많다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남성들이 군대에 가 있거나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기는 일이다. 20대 대졸자 중에 여성이 절반을 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나마 예전보다는 확실히 새로운 현상이기는 하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결혼은 선택이고 취업은 필수라고 외치며 열심히 일자리를 구한다. 어떤 신문에 난 해설처럼 남성이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기다리는 동안 여성들은 중소기업이건 비정규직이건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는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는 여성들에게 돌아오기 어렵다보니 그렇게 된 현상이다.

최근 한 경제학자가 여성을 많이 고용한 기업일수록 높은 이윤을 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이 분석결과를 생산성이 아닌 다른 어떤 기준으로 차별을 행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베커(Backer) 이론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기업 간에 경쟁이 존재하고, 경쟁하는 기업 중에 차별하지 않는 기업주가 있다면 다른 기업들도 차별을 행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면 차별을 행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현실에서는 독점적인 대기업일수록 여성을 적게 고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여성을 덜 고용하고 공기업은 더욱 여성을 적게 고용하고 있다. 그러니 요즘 세상에 차별은 무슨 차별이냐고, 젊은 층에서는 여성취업자가 남성취업자보다 많다는 게 차별이 해소되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남보다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을 마치고 올해 구직대열에 뛰어든 한 여학생이 면접에서 받은 질문은 “몇 ㎏ 나가냐, 그렇게 말라서 일하겠냐?” “일과 가정생활을 어떻게 병행할지 자기만의 방법이 있느냐?” “여성 흡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것들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여성구직자가 반드시 준비해 가야할 면접용 족보라는 것이 있다. 예상질문이라는 말이다. ‘차 심부름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사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남녀고용평등법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남을 돌보아 주는 것을 좋아합니까?’ 그리고 심지어 ‘화장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이런 질문도 있었다. 어떻게 물어보건 그걸 가지고 탈락시킨 것이 아니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나? 응시자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읽고 그에 따라 채용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질문들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인가?

필자는 미국에서 인사담당 매니저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마디로 충격적이었다. 면접에서 결혼했느냐, 아이가 있느냐, 주말근무를 할 수 있느냐 이런 질문은 물론이고 나이도 물어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을 받은 여성이 탈락하면 곧바로 차별 소송이 들어온다고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들이다. 법률적인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차별에 대한 의식이 한참 부족한 우리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질문을 거리낌없이 해대는 기업에 들어가서 출산 이후까지 굳세게 버티지 못한다고 누가 여성들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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