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6 17:42
수정 : 2005.12.06 17:42
유레카
내부 고발자를 영어에서는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휘슬 블로어)이라고 한다. 조직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호루라기를 불어 세상에 알린다는 뜻에서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사임에 이르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의 ‘디프 스로트’인 마크 펠트 전 연방수사국 부국장은 대표적인 내부 고발자다. 9·11 테러와 관련한 연방수사국의 직무태만을 폭로한 콜린 롤리, 회사의 회계부정 비리를 경고한 월드컴의 신시아 쿠퍼 감사와 엔론의 샤론 왓킨스 부사장 등은 200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셋 모두 여성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를 폭로한 이문옥 전 감사관,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 등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정의로운 돌출’로 꼽힌다.
최근에는 내부 신고가 조직 문제의 사전 예방과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아예 회사 차원에서 내부신고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인 시어스 로벅이 운영하는 ‘조력자 프로그램’이나 노스럽 그룹의 ‘오픈 라인’, 인터내셔널 페이퍼의 ‘헬프 라인’ 등은 대표적 예다.
내부 제보자는 조직의 배신자, 고자질쟁이로 낙인찍혀 고초를 겪기 십상이다. 영화 〈인사이더〉는 재벌 담배회사의 비리에 맞서 싸운 제프리 와이갠드 박사가 회사의 위협과 음모에 휘말려 삶이 만신창이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내부고발이 정당성을 갖추려면 ‘공익·윤리·정의’에 기초해야 한다. 〈문화방송〉의 ‘피디수첩’도 애초 황우석 교수팀 연구원 출신의 제보를 받고 난자 제공 의혹 및 연구결과의 진위를 취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제보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장막에 싸여 있다. 이 내부 제보 행위가 ‘개인적 악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공익과 정의’의 신념에서 출발한 것인지 이제는 명백히 밝혀졌으면 한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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