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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6 18:14 수정 : 2005.12.06 18:14

이일영 한신대 교수ㆍ경제학

경제전망대

정부가 고민에 빠져 있다. 6자 회담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두 달 반이 지났으나 구체적 진전이 없고 북-미 간에는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핵 이전 금지, 핵 추가생산 금지, 검증과 핵 활동 중지 및 핵 폐기, 국제기구 복귀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경제교류도 민간이 중심이 되고 당사자들이 서로 이익을 얻기까지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종종 능력 이상으로 과도하게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조급성’을 내보인다.

통일부는 지난달 경제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남북협력공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의 반대에 부닥쳤고 청와대도 신중론을 표명했다. 예산 관리자 처지에서 “독일 수준으로 비용을 지출하면 해마다 40조원이 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 그리 뜻밖의 일은 아니다. 대북지원이 1조5천억원 선을 넘어서는 건 곤란하다는 야당의 자세도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고려한 데서 비롯했을 것이다. 어떻든 남북경제협력을 급가속하는 방안은 일단 보류되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통일부의 좌절이 아니라, 핵 문제 이후 남북관계에 관한 전략방향이 모호해진 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6월항쟁 이후 남한에서 민주주의가 진전함으로써, 통일이 먼저냐 민주주의가 먼저냐 하는 논쟁은 의미가 없어졌다. 평화 없는 통일을 반대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평화와 통일이 마치 상반관계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평화와 통일은 장기적으로는 상보관계에 있고, 중·단기적으로는 별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 번영과 통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분단상태가 한국 경제에 근본적인 질곡임에 틀림없으나, 통일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것도 당장은 비현실적이다.

평화체제 형성과 관련해 중요한 국가는 6자 회담 참여국이고, 경제적 시장통합의 측면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 등이 중요하다. 한국이 이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주도와 편승 전략을 적절히 혼합하여 비용을 줄이는 것이 좋다. 한국이 주도하여 새로운 협력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은 남한, 북한, 그리고 중국의 환황해권과 동북 3성, 일본의 환동해권, 러시아 극동 지역들이다. 각국 모두 갈등적 민족주의의 문제가 있지만, 내부에는 협력이 가능한 다층적인 위계와 등급을 지니고도 있다. 따라서 한반도-동북아 공간에서 네트워크적 협력을 증대하면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치·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남북관계는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급속히 진전되지만, 결국은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는 평화와 공동번영을 전략목표로, 남북 경제협력만이 아닌 한반도-동북아 경제협력을 핵심정책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목표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가의 혁신과 재구성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부 부처는 모두 배타적·경쟁적·영토적 국민국가의 틀에 입각해 조직되었고, 통일부도 예외가 아니다. 또 이들 부서들을 임시로 결합한 모자이크 조직 역시 종래의 성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각종 위원회, 태스크포스의 실패 경험은 이를 말해준다.

이제 지구화·지역화 속에서 국경을 넘어 형성되는 네트워크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민족경제와 국가조직을 형성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것을 위하여 ‘한반도협력부’를 만들자.

이일영/한신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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