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2.08 18:31 수정 : 2005.12.08 18:31

이종원 일본 릿쿄대학 교수, 국제정치

세상읽기

다음주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아시아 정상회담이 열린다. 역사적으로는 획기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포함해서 동아시아 각국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당초에 구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고 ‘동아시아’라는 지역개념이 모호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아세안 10개국에 한·중·일 3국이 포함된 ‘아세안+3’을 상설기구로 확대한다는 당초 구상에서 크게 후퇴해서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합친 16개국이 참가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어디까지가 ‘동아시아’인지가 불분명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확장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일본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미국의 견제와 물타기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갖춘 동아시아의 지역 형성이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도 크기에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하는 길이 순탄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개최까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지금도 동아시아 정상회담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방향성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을 낼 것인지 아닌지, 그 안에 ‘동아시아 공동체’의 언급을 몇차례 넣을 것인지, 앞으로 정례화할 것인지 등 기본적인 틀 자체를 둘러싸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세안+3’ 회의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경위를 배경으로, 다시 한번 지역외교를 포괄적으로 구상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동아시아 정상회담은 복잡한 타협의 산물로서, 정례화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많다. 빈도를 줄인 상징적 모임으로 자리매기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나 아세안지역포럼(ARF)과 같은 광역 틀이 있고 그 속에 인도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들어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애써 키워온 ‘아세안+3’ 틀은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은 ‘아세안+3’ 틀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점차 정치적 지역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동아시아 지역의 다자간 협조기구 형성은 한국의 경제·외교적 이익에도 합치한다. 그리고 한국은 지역협력 외교를 추진함에 있어 좋은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둘러싼 알력의 근본에는 중-일 간의 잠재적인 세력경쟁이 작용하고 있다. 아세안 각국의 관심도 중·일 양국을 지역틀 안에 끌어들여서 균형을 취함과 동시에, 세력경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다. 이 점에서 한국도 아세안 각국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으며, 아세안과 연계한 외교적 주도권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동아시아 정상회담 이후의 ‘아세안+3’ 강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는 한편, 특히 한·중·일 3국의 공동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외교적 공세를 생각해 볼 만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98년부터 정례화된 한·중·일 3국의 정상회담이 이번 주최자인 중국의 판단으로 올해는 열리지 않게 되었다. 한-일 간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장애가 되어 정상외교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가 지역외교의 기회이기도 하다. ‘아세안+3’의 강화라는 목적 아래서 중-일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아세안과 연계해서 전개하는 것은 ‘동아시아 균형자’로서 한국의 모습을 구체화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이종원/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학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