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1 17:36
수정 : 2005.12.11 17:36
유레카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논란이 언론의 의혹 단계에서 현장 과학자들의 의혹 제기로 발전했다. 핵심 의혹은 논문에 실린 환자의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디엔에이 지문 상당수가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은 실제 실험에선 불가능하다면서 의혹을 풀 방법은 디엔에이 검사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황 교수팀은 추후 연구로 의혹을 풀겠다고 했다.
직접 검증과 간접 재현이 맞서는 셈인데, 이번 경우 재현은 적합하지 않다. 재현은 어떤 가설을 확인하는 데 보통 쓰인다. 상온 핵융합 실험이 이에 해당한다. 1989년 미국 유타대학 연구팀은 중수를 백금과 팔라듐을 이용해 전기분해하니 원자핵이 융합해 에너지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수많은 학자들이 같은 조건으로 재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그래서 이 연구는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물학 연구는 이런 종류의 가설에 관한 것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물리학과 데이비드 굿스타인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두 개의 유기체가) 발암 물질에 노출됐을 때 같은 종양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발생하리라고 예상할 수 없다. 따라서 생물학자라면 일반적으로 누군가 단순 반복 실험으로 자신이 틀렸다고 증명할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생물학에서 반복 실험을 통한 재현의 성공 여부는 애초 연구의 진위를 판정하는 기준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제양 돌리를 만든 연구자들은 의혹을 풀기 위해 디엔에이 검사에 응했다.
마찬가지로 황 교수팀이 새로 줄기세포를 만들더라도 올해 논문의 의혹은 풀리지 않는다. 이 논문의 핵심은 줄기세포를 만든 사실이 아니라, 185개의 난자에서 11개의 줄기세포를 생성해 한해 전 난자 242개로 단 하나의 줄기세포를 만든 것에 비해 효율이 높아졌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과학적 해법’은 한 가지뿐이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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