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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1 17:48 수정 : 2005.12.11 17:48

조상희 건국대 교수·변호사

세상읽기

몇 년 전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에게 동사무소의 기능에 관해 물었더니 모두 다 지역주민들의 문화생활, 여가생활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어야 하고 정보통신의 확산보급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등 화려한 모습만을 이야기하였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일하고 있고, 사회복지 현장의 최첨단에서 서민들과 부딪치고 실제 도움을 주는 업무를 처리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라는 답변을 하는 후보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올해가 다 지나가는데, 정부는 당초 약속했던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증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일부 인건비 부담을 지자체로 떠넘기는 바람에 주어진 증원을 위한 예산조차도 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세밑이 되면 언론들은 어김없이 멀지 않은 우리 주변에서 소년소녀가장, 편모자가정, 장애독거노인 등 외로운 환경에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돕고 살자는 기사를 내보낸다. 그리고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하여 같이 살게 된 외조부모가 멀리 농사일 나간 사이에 집에서 혼자 지내다 비참하게 개에게 물려 죽은 9살 초등학생의 딱하고 절망적인 사연을 흥분해서 소개한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은 이 기사를 보고서는 너도나도 이들을 돕는 대열에 동참한다. 다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을 흘리며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 무관심에 대해 반성한다고 하면서. 한편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이론화하는 사람들은 대물림되는 가난과 빈곤층으로의 전락과 심화하는 사회 양극화, 개천에서 용날 수 없는 사회경제의 구조화를 지적하며 흥분한다.

그러나 이 기사들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대개 기초생활 수급권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은 기초생활 수급권자보다도 훨씬 더 어렵게 살고 있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있되 멀리 나가서 수년간 연락도 없는데 아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 되고, 비닐하우스에 거주하여 주민등록이 없어서 안 되고, 서류상으로는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신청방법을 몰라서 신청을 못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주변 종교단체나 복지시설에서 도와주거나, 학교의 선생님들이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다른 방법을 마련해 주기도 하여 근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이 담당하는 가구수가 너무 많은데다, 찾아오는 수급권자들을 상담하는 일에 시간을 다 써버려 실제 찾아가는 복지가 완전히 실현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도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의 활동은 정말 대단하다. 이들이 없다면 요란한 사회복지의 구호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노력에 기대어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실현하려고 할 것인가.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실제 업무 처리과정에서 기초생활 수급권자의 선정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했으면 좋겠다. 개별적인 자율성이 재량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면, 각 지역별 생활보장위원회로 하여금 원칙적 기준 아래서 상당히 융통성이 있는 선정을 하게 하면 될 것이다. 현재 기업별, 단체별로 불우한 환경에 있는 이웃들을 직접 돕는 사업이나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여기서 더 바란다면 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의 헌신과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해주는 후원회라도 만들어서 복지현장의 첨병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힘내라,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님들이여.

조상희/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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