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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3 18:40 수정 : 2005.12.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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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이나 화장, 장신구는 여러가지 기능이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정체감, 기분, 태도를 전달하는 의미있는 상징물이라는 점이다. 의복과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를 자아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의복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옷을 통해 자기 가치나 자존심을 표현하고, 사회적 정체감을 만족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중요한 국제협상 때마다 특이한 브로치를 달아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른바 ‘외교 브로치’로 화제를 모았다. 중동 평화협상 때는 거미 브로치로 교착 국면을 꼬집었고, 러시아 방문 때는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독수리를 달았다. 한국을 찾았을 때는 햇빛 브로치로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주최 만찬에는 우정을 뜻하는 하트 모양의 브로치를 가슴에 달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치마 대신 바지를 입으면 ‘전투복’을 입었다고들 말한다. 사립학교법 강행 통과 이후 박 대표가 다시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의류학자인 터먼과 밀즈는 의복을 남향성과 여향성으로 분류했는데, 바지는 전형적인 남향성 옷이다. 꼭 끼는 바지는 남성다운 힘과 활동성을 상징하며, 긴 스커트는 종속과 정숙의 의미를 지닌다. 요즈음에는 유니섹스 스타일, 앤드로지너스, 젠더리스 등 남녀 구별이 없어진 옷도 유행하지만 바지는 여전히 남성형 복장의 대명사다.

박 대표는 정기국회 마지막날 국회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는 치마를 입었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전투의지가 약한 게 아니었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박 대표의 손에는 색깔론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쥐어졌다. 하지만 사학법 무효화 주장이 갖는 현실적 한계나 여론의 풍향 등에 비춰볼 때 승리를 쉽게 장담하기는 힘들 듯하다. 전투 속에서도 평화를 희망하는 새로운 메시지 패션은 박 대표에게 없는 것일까.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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