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5 17:54
수정 : 2005.12.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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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남북경협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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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제협력과 교류가 평화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반드시 올바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세계 지도자들은 경제적 유대의 확대가, 특히 군사적 긴장상태에 있는 국가 간, 국가 내의 우애의 끈을 단단하게 하는 데 견인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는 것 같다.
남북경협이 일방적인 지원사업이 아닌 남북 상생의 사업이며,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뛰어넘는 평화사업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 지역균형 발전과 통일비용 축소 차원의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이기도 하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그리고 철도·도로 연결은 남북한 경제협력을 통해 전쟁 위협을 줄이는 평화지향적인 평화사업이면서 동시에 경제사업으로, 궁극적으로 경제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 전략으로는 정치·군사적 접근보다는 경제적인 접근에 따라, 즉 경제통합을 통하여 민족경제의 기반을 조성하는 길이 더욱 현실적인 접근이다. 세계화 시대에 남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시장의 논리’와 ‘(민족)공동체의 논리’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는 길이다. 즉 상호의존성을 높여 경제적 공영을 모색하고, 경제협력을 통한 신뢰 구축으로 군비통제 및 군축을 촉진함으로써 안보공동체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제통합을 통한 민족공동체’ 수립 전략은 남한의 대북 온건책(경제지원)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요구한다.
금강산 관광만 하더라도 이곳에서의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회담 등이 이루어짐으로써 민족공동체 형성의 구심점 구실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100만명 이상의 남쪽 관광객이 북녘 땅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민족공동체 형성를 위한 남북한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된다. 더욱이 몇년 전 금강산 육로 관광이 비무장지대의 닫힌 문을 여는 ‘소통의 길’이 된 데 따른 신뢰 구축의 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다.
또한 북한 쪽의 군사적 요충지인 금강산에 남쪽 사람들이 상주함으로써 군사적인 충돌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닌다. 몇해 전 북방한계선(NLL) 사태 때 서해안에서 남북한 군사충돌이 일어났지만, 동해안에서는 금강산 뱃길 관광이 지속되었다. 금강산 관광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남북 당국의 의지가 사태의 확산을 막는 데 일조했다. 비군사적 교류 협력이 군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좋은 사례다.
한반도 서부 지역에서도 개성 관광의 문호를 활짝 열어 비무장지대가 점차 평화지대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개성 공단은, ‘남북간 경제교류 확대를 통한 긴장 완화’라는 경제-안보 연계 카드의 시험장이 될 것이다. 개성을 평화도시로 개발하여 남북한의 상생의 거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개성과 마주보고 있는 파주시는 과거의 군사도시 이미지를 벗어나 평화도시로 거듭날 꿈을 꾸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경협 분야의 미이행 합의사항은 대부분이 군사적 보장 조처 확보 문제에 걸려 진전이 없다. 경의선, 동해선 도로 개통, 열차 시범운행, 개성공단 통행 간소화, 그리고 서해 남북공동어장 확정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 제주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을 보면서, 경제·사회·문화적 교류 확대에 비례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려는 진지한 노력과 의지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지금부터 남북 장성급·국방장관급 회담을 정례화해 군사적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국내외에 보여주어야 한다.
김규철/남북경협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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