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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사회부 사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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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천정배 장관님! 벌써 취임 6개월이 돼가는군요. 이렇게 글을 드리게 된 건 15일 장관님의 말씀을 듣고 깜짝 놀라서입니다. ‘6개월 만에 ….’ “검찰의 엑스파일 수사 결과가 너무 미흡하지 않은가”라는 물음에 “국민적 의혹 해소에는 미흡하다는 것은 시인한다”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특검을 도입한다고 해서 더 이상의 별다른 진상이 밝혀진다는 것에는 회의적”이라고 답하셨다죠. 기억하십니까? 장관님은 “대상 비자금 사건 전 수사팀이 임창욱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은 사회적 거악 척결이라는 검찰 고유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호되게 꾸짖었던 분이었습니다. 엑스파일 사건과 관련해서는 “만일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법에 따라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할 용의도 있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다음날 노무현 대통령이 “1997년 대통령 선거 때의 김대중·이회창 후보를 이제 와서 대선자금 문제로 조사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자 “대선자금과 관련한 모든 범죄행위를 다 수사하지 말라고 얘기한 것으로 이해하지는 않는다. 97년 세풍 사건에서 공소시효가 남은 것은 수사기록을 점검한 뒤 적법한 수사단서가 된다면 수사하겠다”고 맞받았습니다. 두산 사건과 관련해서도 “강 교수 사건은 피의자가 한 명이지만, 이 사건은 피의자가 여럿이고, 이들이 입을 맞추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하셨죠. 그런데 막상 박용성 회장이 불구속된 뒤부터 이상했습니다. 저는 사실 장관님이 또 지휘권을 발동할까 은근히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업무량이 늘면 저는 피곤하지만, 국민들은 무척 좋아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속이 곧 처벌이고 불구속이 곧 면죄부는 아니다. 구속·불구속과 관련해 검찰을 지휘하는 것은 필요한 한도 내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14일 검찰은 엑스파일과 관련해 삼성 관련자들에게 모두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선 그가 과연 읽어봤을지나 의심스러운 ‘서면조사’를 했다는군요. 한 검사는 “역시 이젠 대통령보다 삼성”이라고 평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발표를 하기 직전 대검이 이광재 의원 소환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타격이 가더라도 삼성 기사를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젠 별로 놀라지도 분노하지도 않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한차례 검찰에 불려간 이후 ‘삼성 장학생’이 도처에 생겨나고, 검찰 수사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말을 들으셨나요? 낮에는 검사, 밤에는 삼성의 변호인 노릇을 한 고위 간부들도 있었다죠. 노 대통령이 삼성 대선자금에 발목을 잡혀 있고, 이 때문에 총장 후보에 안대희 서울고검장은 아예 끼지도 못했다는 얘기가 서초동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삼성 채권 수사를 끝내 종결하지 않고 참고인 중지 처분을 해 불씨를 남겨놓은 데 대한 섭섭함이 그 이유라는군요. 장관님. 이번 황우석 교수 사건은 ‘진실’은, 그것이 아무리 뼈아픈 것일지라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출구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리고 대통령이 “이제 그만 하자”고 되뇌더라도, 기어이 드러나고야 만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장관님이 여의도로 돌아간 뒤에라도 진실은 드러날 겁니다. 그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남을 수 있는 분이 되길, ‘법 앞의 평등’을 기원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간절히,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김인현/사회부 사건팀장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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