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8 17:59
수정 : 2005.12.18 17:59
유레카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연말 특집호에서 내년의 이슈로 ‘지식’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식 경제란 말이 식상할 지경인 요즘 다시 지식을 꺼내는 뜻은 모르겠으나, 이에 대해 글을 기고한 40여명의 인사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이가 하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다. 그는 세계화 찬양에 앞장서는 인물인데, 국내에도 꽤 알려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와 지식은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1999년 7월 프랑스의 진보적 월간 신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오류들을 비판하는 토머스 프랭크(미국 문화비평지 <배플러> 편집장)의 글을 실었다. 프랭크는 “이 책은 미국 지배계급의 생각을 거의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며 “프리드먼이 가는 길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 및 해석의 오류로 더럽혀진 길이다”라고 비판했다. 외국의 증권이 과거에는 결코 공개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프랭크는 “1920년대 온갖 미국 중산층들에게 판매된 그 악명높은 페루 채권에 대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나 보다”라고 썼다. 또 책의 한 장 전체를 맥도널드가 있는 나라 간에는 전쟁이 한번도 없었다는 “어리석은 주장”에 할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출판사 편집자가 그냥 넘어갔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오류들을 담고 있는 책의 저자가 말하는 지식은 과연 무엇일까?
조만간 이 ‘지식’이 쟁점이 되긴 할 것 같다. 캐나다의 저명한 좌파 연간 학술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 2006년호는 프리드먼 같은 이들이 말하는 지식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져 어떻게 유포되는지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 문화이론 연구자 테리 이글턴, 미국 문화비평가 바버라 에린라이크, 경제비평가 더그 헨우드, 언론학자 로버트 맥체스니 등 쟁쟁한 인물들의 글이 실린다고 한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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