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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9 18:21 수정 : 2005.12.19 18:21

장주영 변호사·민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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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 등이 연루된 불법 자금수수 혐의와 검사들의 촌지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8년이 지난 일이라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세풍 수사에서 돈을 주고받았다는 진술이 확보됐는데도 “당사자들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부인해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검찰의 발표는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한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고 이건희 회장을 서면조사한 것 외에 삼성 계열사가 제출한 회계서류를 검토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압수수색이나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를 한 적도 없다. 국가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의 도청사건도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고 정보요원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국정원에 대한 최초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도청의 진상을 밝히는 데 성공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과연 도청테이프에 들어 있는 혐의 사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에 체류 중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 서면조사를 한 것은 면죄부를 주기 위해 변명의 기회만 준 꼴이다. 더구나 이 회장 귀국을 기다려 소환조사하거나 귀국할 때까지 기소중지를 하지 않고 서둘러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은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다는 것은 검찰도 인정하고 있다.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에 관한 법리논쟁도 있었으나, 대법원에서 그 이론이 예외없이 모두 적용된다는 확고한 견해를 밝힌 적도 없다.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바탕으로 적법한 모든 수사방식을 동원해 증거를 수집한 뒤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수사기관의 본분이다.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검찰이 최종 판단자로 자처해 불기소하는 것도 기소독점권의 남용이다.

검사들의 촌지 수수 의혹에 대한 무혐의 결정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도청테이프에는 검사들에게 떡값을 준 정황이 꾸며낸 이야기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세히 나와 있다. 당사자들이 부인해 혐의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하나, 검찰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국민들이 과연 수사 결과를 믿어줄지 의문이다.

얼마 전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 검찰총장이 사퇴하기까지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도 드러냈다. 검찰의 독립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신분과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공명정대한 수사를 통해 사법정의를 세우기 위해 필요하다. 검찰권의 자의적인 행사를 위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외쳐왔던 검찰이 이제는 재벌권력에게 종속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도 검찰 내부는 잠잠하기만 하다.

“성역없는 수사로 진실 규명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는 검찰의 발표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나 혼자만일까? 오히려 무혐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검찰 내 ‘삼성 장학생’의 존재만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댈 곳은 특별검사밖에 없다. 정치권은 도청테이프 내용의 공개와 특검 수사를 위한 특별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하길 바란다. 황우석 교수 사건에서 보듯이 진실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장주영/변호사·민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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