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2 18:00
수정 : 2005.1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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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광주대 교수 지방분권국민운동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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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요즘 수도권 규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 개선을 주장하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규제를 아예 철폐하자고 한다. 서로 주장은 다르지만 명분은 모두 수도권의 경쟁력 향상이다. 수도권의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수도권 규제에 있다고 보는 셈이다.
수도권의 경쟁력 하락은 사실인 듯하다. 한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을 보면 수도권에서의 생산비용이 급격히 올라, 생산성이 1980년의 75%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원인이 과연 수도권 규제에 있을까. 나는 오히려 수도권 규제가 너무 약해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믿는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도권 중심의 국가 발전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방은 지나치게 비어서 무너지고 수도권은 지나친 밀집으로 질식사할 지경이다. 수도권 규제는 이러한 수도권 러시를 억제해 보려는 브레이크였다. 하지만 턱도 없는 일이었다. 그 증거가 바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폭등 현상이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수도권에서의 생산비용을 천정부지로 높이게 되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었던 것이다.
수도권에 부동산을 소유한 기업은 기업경영에서 손실을 내고도 부동산 가격 차익 때문에 건재한 예가 많다. 도태됐어야 할 기업은 부동산 때문에 살아남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들은 부동산이 없어 죽는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기업의 신규 진입도 어렵게 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수도권 규제가 강하다고 엄살을 피운다.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의 품질과 가격으로 결정된다. 그럼 수도권 규제로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높아져서 수도권 경쟁력이 떨어졌는가. 제품을 서울에서 만들면 품질이 우수하고 대구나 광주에서 만들면 품질이 떨어지는가. 나는 오히려 물과 공기가 맑은 지방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품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이고 어찌 국제경쟁력을 얻겠다는 말인가.
수도권 집중으로 텅텅 비게 된 지방의 토지와 공장 같은 지방자원의 낭비는 또 어쩔 텐가. 그렇게들 효율을 부르짖으면서 왜 버려지는 지방자원은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수도권 기업의 공장을 지방으로 옮겨보라. 채산성이 당장 오를 것이다.
만보를 양보해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의 경쟁력이 오른다고 하자. 수도권의 경쟁력이 오르면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오를 것인가. 수도권 규제 철폐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서울의 경쟁력을 뉴욕만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우리도 미국만큼 경쟁력을 가질 텐데 수도권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 경쟁력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쟁력은 어느 한 도시의 경쟁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강한 이유가 뉴욕만이 강해서인가. 그렇지 않다. 미국은 동부, 서부 등 전 지역에 걸쳐 도시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그 특성에 따라 자기 몫을 다 해내기 때문에 강하다. 어디 미국의 도시들 중에서 뉴욕보다 현저히 뒤떨어지는 도시를 찾아보라.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몸을 두고 어떤 사람은 몸이 10할이면 간이 9할이라 우기고, 어떤 사람은 심장이 9할이라 우긴다. 그러나 어찌 인간이 다른 장기 없이 간 하나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우리 몸은 이런 모든 장기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간 하나만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는가. 왜 우리나라는 서울 하나만으로 세계와 경쟁하려 하는가.
이민원/광주대 교수 지방분권국민운동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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