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6.26 18:23 수정 : 2019.06.26 20:02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문경란 위원장이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발표한 학교스포츠 정상화 권고에 대한 엘리트 체육계의 반발이 적지 않다.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및 개최 금지’ ‘경기 실적만이 아닌 교과 성적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반영한 체육특기자제도 개선’ ‘합숙소 폐지 및 원거리 학생 제한적 허용’ ‘학교운동부 지도자 처우 개선 및 일반 학생 스포츠 참여 확대’ ’소년체전의 학생체육대축전 전환’ 등이다.

이러한 권고안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물론 국가대표 선수협의회를 비롯한 8개 체육단체연합 등 엘리트 체육인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권고안대로 실행될 경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좌절시키고 종목별 대회방식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엘리트 체육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혁신위원 대부분이 운동선수 경험 없는 비체육인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권고안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운동부 학생들을 공부시키고, 일반 학생들에게 스포츠 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일본 등 스포츠 선진국처럼 모두가 참여하는 가운데 엘리트 체육 인재를 양성하자는 권고안의 취지에 이렇게까지 엘리트 체육인들이 반대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엘리트 체육인들의 주장과 달리 혁신안은 오히려 교육적으로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도록 할 것이라 기대한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소수정예만을 특화시켜 육성하는 현재 학원스포츠의 한계 상황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소수정예만을 육성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엘리트 스포츠의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를 일본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수십년간 다져온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의 넓은 저변을 기반으로 엘리트 체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일본은 야구와 축구 등록 선수만 100만명이 넘고, 일본고교체육연맹에서 주최하는 ‘전국고교체육대회’에는 일본 고교생 320만명 중 약 140만명이 선수로 참가한다. 우리나라의 학교운동부 등록 선수가 전체 학생의 1% 남짓이고, 결국 1% 선수들만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소수정예 육성방식의 한계를 절감할 수 있다.

일본의 엘리트 체육 인재 양성 시스템의 시사점은 첫째, 학교운동부가 정규수업 이후의 활동이라는 점이다. 둘째, 학교운동부를 ‘부카쓰’라는 법적 과외활동으로서 국가적으로 장려하는 부분이다. 즉 초·중·고 운동선수는 기본적으로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와 교육적 문화가 자리하고 있으며, 수업 이후의 과외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통해 학교체육 시설과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방과 후 과외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학교별, 지역별 대회가 매우 활성화되고 있으며, 지역 대표로 선발되어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길 만큼 의미를 갖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의 학교운동부처럼 막연한 성공에 대한 ‘꿈과 희망’이 아닌 스포츠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 대다수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우리처럼 운동부 학생과 일반 학생을 구분하여 특별히 육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건강과 재능이 발현되도록 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시스템이 안착된다면 학교활동 이후에 운동부 활동을 즐기며 주말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결코 피곤한 일이 아닌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왜냐면 운동부 활동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맹목적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와 다른 외국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1%의 학생선수들이 체육특기자로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학업을 등한시하고 수업에 빠지면서 경쟁하는 비교육적, 비효율적 스포츠 인재 발굴, 육성 방식에서 벗어나 즐기면서 재능을 꽃피우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소년체전을 학생체육대축전으로 전환하는 방안 역시 ‘폐지’가 아닌 참가학생의 ‘확장적 전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1%의 학생선수만이 참가하는 현재 소년체전의 제한적 인재풀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스포츠인재 발굴의 장으로 전환인 것이다. 확장적으로 전환되는 소년체전의 운영방식으로 지역별, 수준별 디비전 시스템으로 운영하되, 경기력 수준에 의한 승강제 방식을 도입한다면 참여확대와 경쟁방식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종목별 경기 시설 여건과 훈련여건 등을 고려한 분산 개최를 통해 대회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혁신위 권고에 더해 학교운동부 등 과외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와 시설 환경의 개선은 물론, 학원스포츠를 지원, 관리하는 기구인 일본의 ‘일본고교체육연맹’이나 미국의 ‘미국고교체육연맹’의 사례처럼 교육적 운영의 행정적, 환경적 기반이 점차 마련된다면 시너지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대다수의 학생들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수준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스포츠인 또는 체육인으로 성장해 체육인과 비체육인의 구분 없이 모든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사랑하는 체육인으로 자라나길 기대한다.

이병호
학교체육진흥회 체육인재육성위원회 위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