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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7 18:31 수정 : 2005.12.27 18:31

유레카

예로부터 동양 사회는 우직함과 성실, 끈기를 총명한 재주나 영특함보다 더 높게 쳤다. <채근담>은 “우직함을 지켜 총명함을 물리치고, 다소의 정기를 남겨 천지에 돌려줘라. 화려함을 물리치고 담박함을 달게 여겨 깨끗한 이름을 온 세상에 남기라”고 말한다. <열자>의 ‘탕문편’에는 ‘우공이산’의 예화가 나온다. 나이 아흔에 가까운 우공이 흙을 퍼날라 태형, 왕옥 두 산을 옮기려 했다. 친구의 만류에 “나는 늙었지만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다. 그 손자는 또 자식을 낳아 한없이 대를 잇겠지만 산은 더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라는 우공의 답변은 우직함의 극치다.

어린이를 위한 옛이야기에서도 우직함은 단골 소재다. 어느 부자가 한 해의 마지막날 머슴들에게 가느다란 새끼를 꼬라고 지시했다. 모두 불평하며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는데 한 사람만이 묵묵히 새끼를 꼬았다. 이튿날 아침 부자는 “자기가 꼰 새끼줄에 엽전을 꾈 수 있는 만큼 꾀어서 새경으로 가져가라”고 말했다. 울퉁불퉁하게 잘못 꼰 새끼줄에 엽전이 많이 들어갈 리 없었다. 우직하게 새끼를 꼬았던 사람만 짊어지기 힘들 정도의 엽전을 갖고 집으로 돌아갔다.

황우석 교수 사태는 기교와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며 우직함의 중요성을 다시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김수환 추기경도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우직한 자세”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란 신영복 선생의 글귀도 새삼 절실히 다가온다.

역설적이게도 황 교수 역시 우직함을 강조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또 하나의 선물은 소 같은 우직함”이라는 글은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 정신을 끝까지 잊지 않고 간직했더라면 오늘의 불행한 사태가 오지 않았을 텐데 정말로 안타깝기만 하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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