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1 21:05
수정 : 2006.01.01 21:05
유레카
브시바오 주한 미국 대사가 얼마 전 북한을 ‘범죄 레짐’(criminal regime)이라고 하는 등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북한을 거론할 때 ‘레짐’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이를 누구는 ‘체제’로, 누구는 ‘정권’으로 이해한다. 둘의 차이는 실로 크다. 그들이 거론하는 ‘레짐 체인지’를 ‘체제 변경’으로 보느냐, ‘정권 교체’로 보느냐는 중대한 문제다.
정확한 뜻을 알려면 그들의 정신적 대부인 레오 스트라우스를 알아야 한다. 언론인 박성래가 쓴 <레오스트라우스: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는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니컬러스 제노스 교수의 설명을 이렇게 인용한다. “레짐은 스트라우스가 그리스어 ‘폴리테이아’(Politeia)를 번역한 용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로서 스트라우스가 이해하기로는 ‘폴리스의 형상’이다. … 스트라우스는 ‘레짐의 체인지는 한 폴리스를 다른 폴리스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형시킨다’고 썼다. 그래서 국제관계학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용어인 레짐 체인지를 말하는 것은 단순히 좁은 의미에서 정부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모델 자체를 완전히 변형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스트라우스는 <정치철학은 무엇인가>에서 폴리테이아와 레짐을 ‘전체 사회·정치 질서’와 같은 말로 썼다. 이 책 번역자 양승태 교수의 역자 주석엔 이런 대목이 있다. “주의하여야 할 것은 ‘폴리테이아’는 현대 정치학에서의 정치체제 즉 경제구조나 사회체제와 구분되는 권력구조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폴리스’라는 국가적 삶의 구조 전반을 지칭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철학박사 강유원은 “레짐 체인지는 말 그대로 체제를 확 바꾸자는 것이다. 지도자를 바꾸는 ‘리더십 체인지’와는 다르다”고 했다. 네오콘들의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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