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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5 18:36 수정 : 2006.01.05 18:36

유레카

“그레이프 프루트를 상상해봐”

1971년 어느 날, 악상을 짜내느라 머리를 쥐어뜯던 존 레넌에게 오노 요코는 이렇게 충고했다. ‘그레이프 프루트’는 오렌지와 레몬의 잡종교배로 탄생한 과일 자몽이다. 일본인이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오노는 자신의 문화적 잡종성을 이 과일에 빗대곤 했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국가와 인종·신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불화의 극복이라는 상징성을 이 과일에 부여하기도 했다.

이 잡종을 상상하며 레넌이 작곡한 게 <이매진>이다. “…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봐/ 신념을 위해 죽이지도 않고 죽일 일도 없고/ 종교마저 없다고 상상해봐/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것을 상상해봐. … 그대// … 누구도 소유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봐/ 탐욕도 필요없고 굶주림도 없고/ 오직 인간에 대한 사랑만 존재한다고 상상해봐 ….”

평화를 위해서라면 종교, 국가, 소유, 체제, 이데올로기, 신념 따위를 걷어치우자는 것이다. 발표와 함께 이 노래는 세계 반전·평화 운동의 감수성을 사로잡았다. 대신 레논은 리처드 닉슨 미국 행정부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무신론자, 무정부주의자, 공산주의자로 찍혔고, 비자 연장 신청도 거부(사실상 추방)당했다.

연초 프랑스 파리에서 발간되는 영자 일간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엔 이 노래의 한 구절만 옮긴 전면광고가 실렸다.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사는 것을 상상해봐”(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the life in peace) 이튿날 영국 <비비시방송>은 <이매진>이 영국인의 가장 사랑하는 노래로 뽑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도 이 곡을 티브이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이용했다.

평화의 염원은 간절함에도 나라 안팎은 불화로 가득하다. 평화의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그것만으론 안 되는 걸까. 그러나 어쩌랴. 상상마저 포기할 수는 없으니.

곽병찬 논설위원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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