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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0 18:06 수정 : 2006.01.10 18:06

박종현 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경제전망대

정치가를 제외한다면 경제학자만큼 야유와 조롱의 대상이 된 집단도 없을 것이다. “신이 경제학자를 창조한 이유는 기상예보의 적중률이 낮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재담 역시 경제학자의 무능을 꼬집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의 경제전망은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는 경제학자들의 체면이 유난히 구겨진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예측이 가장 크게 빗나간 것은 달러화 가치의 향방이었다. 작년 초,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 문제 때문에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달러화 약세에 어떻게 대비할까 고민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속속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달러화 가치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15%나 절상되었다.

달러화가 전문가들과 시장의 예상을 거슬러 강세를 보였던 이유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잇단 금리인상에 따른 미국과 다른 국가 간의 금리격차를 들 수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통화당국이 미국 국공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을 대량 매입했던 것도 달러화 강세를 가능케 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의 경기 부진, 독일의 총선 논란,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연합 신헌법 부결 또한 유로화를 약세로 이끌어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에 일조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지난해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약세를 전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 같은 사람은 달러화의 강세는 ‘중력의 법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중력의 법칙에 굴복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약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남아 있으며 대부분의 교역이 달러화로 결제되는 상황에서는 경상수지와 통화가치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러화의 향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유동성’(global liquidity)의 움직임이다. 최근 몇년 동안 세계경제를 좌우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을 한가지만 고르라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1년 미국 증시폭락 이후 연준에 의해 주도된 전세계적 과잉 유동성과 이에 따른 초저금리를 선택할 것이다. 유가 급등·카트리나·연준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작년 한해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했던 것이나, 러시아·한국·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주가폭등을 즐길 수 있었던 배후에는 지난 5년간의 유례없는 과잉 유동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역사적으로 보면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세계적 금융위기나 경기후퇴가 발생하곤 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글로벌 유동성의 움직임이다. 주식시장과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는 한국경제로서는,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일제히 금리를 인상해 글로벌 과잉 유동성을 빠르게 회수하는 사태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이 경우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금리가 폭등하며 부동산과 실물부문도 함께 무너지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들 나라의 중앙은행이 공세적으로 긴축정책을 펼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미리부터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악화 문제 또한 한국경제의 내수 비중을 높이는 구조조정의 계기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박종현/국회도서관 금융담당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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