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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9 21:15 수정 : 2006.01.19 21:15

조상희 건국대 교수·변호사

세상읽기

대통령은 새해 연설에서 한 해에 8조원이나 되는 사교육비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그 원인을 과열경쟁과 왜곡된 경쟁구조로 인한 대학입시라고 지적하였다. 그래서 대학교육을 특성화하고 입시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으니 앞으로 공교육은 정상화될 것이라고 하였다. 적어도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입시지옥에서 해방되고 부모들은 10년 안에 사교육비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란다.

그동안 교육당국이 계속 펴온 중점 추진과제는 역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의 경감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영업이 안 되어 비는 동네의 작은 상가 건물조차 그 자리는 학원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대형 학원들이 운행하는 버스가 도로와 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아이들은 쉬고 놀 사이 없이 학원과 과외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잘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보통 이웃들의 실정이다. 거대 입시학원이 코스닥 등록 기업이 되어 있고, 인터넷 입시학원과 프랜차이즈형 입시학원과 논술학원이 전국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의 목적이 평가의 주도권을 학교가 가지고, 그래서 사교육 의존 현상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이러한 정책은 적어도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학교 자체의 내신평가를 위한 사교육에 시달리면서 거기에다가 내신성적만 믿고 있다가는 수능에서 후회할 수 있으니 또다른 공부를 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교육당국은 평가의 주도권이 학교 외부에 있는 수능 성적보다는 학교와 교사에게 있는 학생부 성적이 강조될수록 사교육의 유인이 줄어드는데,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고 한다. 그러나 수능 성적이 내신보다도 더 객관적인 평가수단이라는 점을, 오로지 사교육의 유인을 줄이자는 목적으로 부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공교육의 정상화란 공교육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서 학교 안팎의 어떤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해야지, 학교 외부의 평가를 부정하고 학교만의 평가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공교육 속에서 교육 수요자들이 편하고 즐겁게 지내도록 하여야 하며, 교육비의 원조와 우수 교사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수능이라는 좋은 외부 평가제도 자체를 부정할 정도로 학교 자체의 평가권을 내세운다는 것은 객관적이지도 않다. 여러 번의 기회를 부여하는 외부의 객관적 평가를 중심으로 대학 자체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부작용이 적은 제도라고 본다. 물론 대학 자체의 기준에는 학교 자체의 평가 결과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때 교육당국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심사하여 부정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이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내걸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만큼 사교육을 없애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사교육은 지금의 교육현실 속에선 필요악이다. 사교육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의 경감을 동일선상에서 보지 말자는 것이다.

학업성취도의 평가를 외부에서 국가가 주관하는 좋은 제도도 얼마든지 있다. 학교 외부에서 평가하면 사교육이 증가하므로 안 된다는 논리는 공교육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교육의 목적을 망각한 것이다. 교육 본래의 목적인 시민사회의 성숙한 인간을 만드는 일과 인재를 양성하여 고급인력을 만들어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일을 공교육에서 제대로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조상희/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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