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9 22:04
수정 : 2006.01.19 22:04
유레카
“음식을 거의 섭취하지 않았기에, 모든 수족은 울퉁불퉁한 뼈마디로 이루어진, 쇠약한 곤충 같다. 엉덩이는 물소 발굽 같고, 등뼈는 공을 한 줄로 꿴듯 튀어나왔고, 갈비뼈는 무너진 헛간의 서까래 같다. 눈동자는 우물 바닥에서 반짝이는 물처럼 눈구멍 깊숙이 가라앉았다. 머리가죽은 덜 익은 채 버려진 조롱박이 태양과 바람에 오그라든 것처럼 되었다. 뱃가죽은 등뼈까지 붙었고, 대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나면 즉시 그 자리에 엎어졌다. 사지를 만지면 뿌리가 썩은 털들이 몸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
싯다르타가 초인적인 고행을 털고, 몸을 씻기 위해 네란자라강에 들어갔을 때 물에 비친 그의 모습을 경전은 이렇게 전했다. 카필라성을 떠난 지 6~7년이 흘렀다. 처음엔 당시 유행하던 수정주의에 의탁했다. 선인으로 알려진 알라라 칼리마와 우다카 라마푸틴한테 가르침을 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교설에 그쳤다. 네란자라 강변의 우루벳라 숲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통 고행주의자들의 수행터였다. 그의 고행의 치열함은 악마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얻은 것은, 극단의 수행으로는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는 사실뿐. 마침 마을 처녀 수자타는 수행자에겐 금기였던 유미죽을 가져다줬다. 싯다르타는 죽을 천천히 음미하며 비로소 깨달음에 이르는 바른 길, 곧 ‘중도’를 알게 된다. 중도란 양단의 산술적 중간이나 극단적 견해의 절충을 뜻하지 않는다. 만물은 모두 변한다.(諸行無常) 모든 게 변하니 사물에 불변의 ’나’란 것도 없다.(諸法無我) 중도란 그런 사물의 본래 면목이나 그것을 바르게 파악하는 길을 뜻한다. 이후 싯다르타는 평온한 가운데 선정에 들어가, 비로소 존재의 실상이자 어둠을 밝히는 진리로서 중도연기(中道緣起)를 깨닫는다.
지금 한 부처님 제자가 극단에 서 있다. 그를 더 깊은 깨달음에 이르도록 할 수자타의 죽은 어디 없을까.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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