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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0 21:02 수정 : 2006.01.20 21:02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편집국에서

지난해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방문을 전후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중국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시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컨게이지먼트’로 규정했다. 1999년 랜드연구소가 내놓은 ‘컨게이지먼트’ 개념은 ‘봉쇄(Containment)’와 ‘포용(Engagement)’의 합성어로, 부시 행정부가 중국에 이 두 가지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봉쇄와 포용이 혼재돼 있다는 것인데, 이 가운데 중국 위협론을 내세워 봉쇄를 추진하는 미국내 정책입안자, 전문가들에게는 ‘블루팀’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사훈련을 할 때 자국군을 홍군(레드팀), 가상 적군을 청군(블루팀)으로 나누는데, 여기서 따온 말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됐던 중국의 지위가 부시 행정부 들어서 ‘전략적 경쟁자’로 바뀌면서 이들 블루팀의 발언권도 상대적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부시 2기 들어 국무부 부장관으로 로버트 졸릭이 발탁되면서 이 팀 퇴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랜드연구소는 컨게이지먼트에서 군사적으로 봉쇄를, 경제적으로는 포용을 주문했지만, 봉쇄와 포용은 상호 모순적이다. 컨게이지먼트로는 일관된 정책이 어렵다. 졸릭 부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국익이 양립할 수 있다며 ‘책임있는 이해 당사자(스테이크홀더)’라는 접근법으로 봉쇄와 포용의 대립을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에 온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샌디 버거는 졸릭 부장관의 이 개념을 두고 부시 행정부의 “최고위 관료들이 적도 우방도 아닌 미-중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구조적 틀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테이크홀더’라는 말은 졸릭 부장관이 2005년 9월21일 뉴욕의 미-중 관계위원회 연설에서 중국의 역할을 언급할 때 했던 말이다. 당시 졸릭 부장관은 연설문에 이 대목을 이탤릭체로 인쇄해 돋보이도록 했으며, 연설에서는 이 말을 일곱 차례나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 말은 중국이 책임있는 이해 당사자 구실을 한다면 미-중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가능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이 12월 초 워싱턴에서 열린 2차 ‘고위 (전략) 대화’에서 그 의미에 대해 깊숙한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 미-중 고위 대화는 2004년 11월 산티아고 아펙 정상회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졸릭 부장관과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수석대표다. 이 고위대화는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채널을 개설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졸릭 부장관이 지난 8월의 베이징 1차 고위 대화 한 달 뒤인 9월 초 라이스 장관과 자신이 “중국의 지도자들과 한반도의 경제·정치적 미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졸릭은 “우리(미국)에게도 좋고 중국에도 좋은 한반도 장래 시나리오를 고려해 보라고 중국 쪽에 촉구했다”며 “북한이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택한다면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그 졸릭 부장관이 24~25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3차 고위대화를 연다. 19일 한-미 전략대화에서 가닥을 잡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중국의 위협을 놓고 한-미 간에 미묘한 견해차를 드러낸 민감한 현안이었다. 이 문제는 중국 위협론의 블루팀에겐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미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듯하다. 마찬가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에 한발 더 접근하는 자세를 갖췄다. 한반도 문제의 장래에서 6자 회담 재개보다 졸릭과 다이빙궈의 베이징 3차 고위대화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강태호/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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