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24 18:11
수정 : 2006.01.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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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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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시장에서 장애인 고용차별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강조하는 주안점만 조금씩 다를 뿐 주원인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고 설명하는 데는 차이가 없다.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생산성이 같더라도 장애인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 장애인들의 생산성이 낮을 것이라는 왜곡된 선호(도) 때문에 장애인을 배제하고 비장애인을 채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체장애인으로서 독일에서 10년 넘게 살다온 경험에 비춰볼 때 한국사회는 서구사회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편견, 선입견이 매우 강해 이런 이론들은 더욱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일부 장애인들은 신체능력의 손상 등으로 직업선택에서 제한을 받고 생산현장 속에서 비장애인들보다 생산성이 조금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장애인들에 대해서도 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보조공학기기를 개발하고, 사업주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는 등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는 이미 노동시장에서 주변집단으로 방치되어 있는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책 수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나마 참여정부는 역대 정권에 비해 장애인 고용정책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장애인 고용이 매우 부진했던 대기업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관련 정부부처도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일견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많은 통계들은 여전히 장애가 ‘차이’가 아닌 ‘차별’의 문제이고, ‘다름’이 아닌 ‘틀림’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시장 안에서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분석해보면 장애인 개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엄청난 고실업, 실업기간의 장기화, 단순노무직 집중, 저임금, 빈곤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 민간부문과 정부부문의 장애인 고용률을 살펴보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민간부문 사업체의 장애인고용률은 1.31%(2004년 기준)로 매우 저조하다. 특히 30대 기업집단은 대부분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부부문에서는 2004년 장애인고용률이 2.04%로, 의무고용률을 처음으로 달성했지만, 일부 직렬에서 장애인 고용의무가 제외되는 것을 반영하면 여전히 미흡한 실적이다.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특별히’ 대우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차별이나 특권을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고용에 있어서 차별이나 특권이 아닌 ‘차이’를 인정받고 ‘기회의 균등’에 따라, 그리고 ‘능력에 따른 형평성 있는 대우’를 받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닫혀 있는 ‘당신들만의 대한민국’이 아닌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우리 모두의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독일의 대통령이었던 바이체커는 장애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사람이 다르다는 것은 지극히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왜 그리 어려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어찌 그리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존재이며, 능력도 다르고 욕구도 다르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상식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기초한 완전한 평등과 참여’라는 장애인정책의 기본이념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도 활짝 꽃피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남용현/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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