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린 어느 하루였습니다. 높다란 건물 창가에 서서 봄을 알리는 빗소리에 잠시 눈과 귀를 기울이던 날입니다. 무심코 아래를 살피니 시동도 끄지 않은 트럭 위에 커다란 원통들이 빽빽하게 놓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음식점이 많은 동네의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인데 어인 일인지 그날따라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눈길이 머뭅니다. 우산도 없이 일처리에 매달린 환경미화원 아저씨를 보며 괜스레 고개만 숙이다 맙니다. 차라리 따끈한 캔커피 하나 건네기라도 할 것을.
임종진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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