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5 21:56
수정 : 2006.02.05 21:56
사설
풍자는 악덕과 모순, 허위와 불합리에 대한 기지 넘치는 비판이다. 그 속에는 웃음과 함께 가시가 번뜩인다. 웃음을 동반하는 ‘현실 드러내기’라는 측면에서는 해학과 일맥상통하지만 웃음의 성격은 더 공격적이다. 상대에 대한 빈정거림, 조소, 비꼬기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형식을 통해 현실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것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풍자에는 깃들어 있다.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를 풍자한 덴마크 신문의 만화는 이런 점에서 보면 ‘실패한 풍자’로 보인다. 정곡을 찌르는 기지도, 촌철살인의 웃음도 수반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풍자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현실이 무엇인지가 모호하다. 다만 날카로운 가시만이 번뜩일 뿐이다. 그 가시가 이슬람 세계의 가슴을 찌르면서 서유럽과 이슬람 사이에 갈등의 불을 지른 것이다.
만화를 그린 이도 마호메트를 폄하하거나 이슬람교도 전체를 테러리스트로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짐작건대 폭탄 터번을 두른 마호메트는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시각 자체가 ‘이슬람 근본주의=테러집단’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이슬람 파시즘” 따위의 용어를 써가며 이슬람 근본주의를 테러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식과 맥이 닿아 있어 보인다.
서방 언론들의 주장대로 “가장 신성한 대상도 풍자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도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풍자의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만화 하나가 세계 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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