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계가 연구용 난자 채취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연구자나 채취기관 등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난자 공여자가 입은 몸과 정신의 상처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난자 채취는 쉽게 돼 있고 관리·감독은 부실한 현재의 제도와 관행에 비춰볼 때 당연한 문제제기다.그동안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 연구자는 난자 채취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채취 기관은 충분한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기관윤리심의위원회는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 여기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나 보건복지부 등 국가 기관은 이들의 편법을 눈감아줬다. 지금의 파국적 사태는 바로 이런 환경에서 발생했다.
여성계의 이번 움직임에서 주목하는 것은 법률적 시비에 있지 않다. 생명의 가치보다 산업적 가치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 특히 정부와 기업 정치권의 풍조를 크게 반성하고 뒤바꾸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연구용 난자 공여를 허용하는 나라는 극소수다. 미국에선 매매가 허용되지만 연구용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유럽에선 치료용으로만 공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연구용이든 치료용이든 기증을 허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생명공학자의 천국이다. 하지만 이것이 여성에게 의미하는 건 몸과 생명에 대한 자유로운 착취다.
문제는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인도적 정신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연구자와 정부 그리고 제도가 문제다. 저급한 수준의 생명 의식과 허술한 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여성계의 이번 행동이 뜻한바 성과를 거둬 여성의 몸과 생명의 존귀함을 각성하고, 제도를 일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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