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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1 18:25 수정 : 2005.02.11 18:25

6자 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 외무성 성명은 뜻밖의 사태다. 북한이 6자 회담에 참가할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곧 회담 참가를 밝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터였기에 실망감과 당혹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밝힌 점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위험을 안고 있기에 더욱 우려·유감스럽다.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지만, 외무성 성명으로 공식화한 것은 새로운 상황이다. 자칫 일본 등의 핵 보유 경쟁 빌미를 주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큰 고비를 넘기며 이제 겨우 제길을 찾나 했던 6자 회담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에 다시 묻혀버렸다.

북한 외무성 성명은 외면적으로 대화 중단을 선언했지만, 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러 문구를 동시에 담고 있어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게 사실이다. 6자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며 회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회담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북한은 주장한다. 핵무기 제조 또한 부시 행정부의 증대되는 고립·압살 정책에 맞서 자위를 위해 만들었다는 논리를 펴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금의 대치국면을 미국의 적대시 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이 정책이 바뀌어야 대화하겠다는 얘기다.

북한이 현 상태에서 6자 회담에 나가면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미국과 이에 동조하는 참가국들의 집단 압력에 내몰릴 뿐이란 판단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북한이 핵 포기 대가로 확실한 체제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배수진을 치고 판을 크게 키우는 ‘벼랑끝 전술’을 쓰는 것이란 해석이다. 북한의 성명이 6자 회담 재개가 조심스럽게 점쳐지던 유화적인 분위기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이 내용 없는 6자 회담을 질질 끌면서 고사작전을 펴고 있다는 의구심을 표명해 왔다.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변화를 촉구하면서 “미국이 우리와 직접대화를 하겠다고 한다면 정책 변화의 신호로 보겠다”고 강조한 것도 파국보다는 대화를 희망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의 무모함만 질타할 게 아니라 문제를 냉정하게 보고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 우선 미국 행정부내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득세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 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내 한반도 정책 담당자들과의 만남에서 북핵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설명하고 전향적이고 생산적인 대북정책이 나오도록 조율해야 한다. 상호 양보를 통해 실질적 결실을 맺도록 권고해야 한다. 그나마 북한과 대화를 나누는 중국을 통해 북한이 외곬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득해야 함은 당연하다. 상황이 잘못 전개돼 북한 제재론, 경제 봉쇄론 등이 고개를 들면 중국이나 우리나 두루 난감한 처지에 부닥치게 된다.

남북대화의 시급성도 더 커졌다. 남북대화가 끊김으로써 이런 문제가 터질 때 대책 마련에 결정적 허점이 드러난다. 미국이나 중국 등 외부에만 의존하고 우리 민족끼리 속내를 터놓고 협의할 통로를 마련하지 못하는 한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민족사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겨레의 앞날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심각히 고려하기 바란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북핵 문제는 막다른 고비에 다다랐다. 외교적 노력을 통해 평화적 대타협의 전기를 마련하느냐, 누구도 원치 않는 대폭발로 치닫느냐가 머잖아 판가름날 것이다. 겨레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그쪽으로 기운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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