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8 21:59
수정 : 2006.02.08 21:59
사설
어렵게 재개됐던 북-일 협상이 어제 서로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 유감스럽다. 2002년 10월 일본인 납치피해자 5명이 귀국한 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던 회담 이후 3년3개월 만에 이어진 이번 회담의 특징은 국교 정상화, 핵·미사일 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세 주제에 별도의 창구를 두고 병행협상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전의 회담에서 한 문제가 꼬이면 다른 문제도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는 고려에서 한 것이지만, 이번에도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 회담에 임하는 양쪽의 기본자세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청산을 통한 수교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식민지배 반성과 보상, 문화재 반환, 재일동포 차별 철폐 등을 요구했다. 반면에 일본은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다른 현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종래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과거 청산과 관련해서는 한국·필리핀 등에 한 것처럼 ‘경제협력 방식’의 타결을 고집했다. 일본이 납치 실행범의 인도를 요구하자, 북한은 탈북자를 돕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인도 요구로 맞섰다.
우리는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의 깊은 관심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이 이 문제를 핑계 삼아 2차대전 종전 이후 60여년이나 방치했던 과거 청산을 마냥 늦추려는 행태를 보인다면 용인할 수 없다. 이번 회담이 끝나자마자 일본 쪽 협상 대표와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북한에 대한 제재 발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아주 사려깊지 못한 행위라고 본다. 과거 청산에 대한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는 쪽에서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발언을 한다면 그러지 않아도 꼬인 난제들을 해결하는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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