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책 시급한 미군기지 환경오염 |
우리 쪽에 반환을 앞두고 있는 미군기지 14곳의 환경오염이 아주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토지 이용을 중단해야 마땅할 정도로 토양오염이 심각한 지경이다. 지하수 또한 8곳에서 환경기준을 넘어서는 오염수치가 나왔다.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실태는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 규정상 우리 정부 쪽 자료라도 미군의 동의를 얻어야 언론 등에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국회의원들조차 실태조사 결과를 열람하는 것만 허용됐다. 환경오염 사고에 대한 미군의 통보의무 규정도 문제가 있다. 사고가 나면 48시간 안에 통보하게 돼 있으나 이를 어겨도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기름유출 등의 사고가 나도 한참 동안 우리 쪽에 알려지지 않는 일이 흔하다. 그러니 신속한 대응을 통해 오염 확산을 막는 건 생각하기도 어렵다. 미군기지 환경오염은 미군의 처분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건 우리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그동안 환경오염 처리 비용을 미군이 대부분 부담할 것처럼 이야기해 왔으나, 최근 기지반환 협상 과정에서 규정을 따져보니 정반대로 우리가 거의 부담하게 생겼다고 한다. 이제까지 규정을 제대로 몰랐던 건가, 아니면 알면서도 비난을 피하자고 딴소리를 했던 건가.
물론 오염 처리비용 등 미군기지 환경 관련 규정은 독일 등 다른 미군 주둔국과 비교해 유독 우리만 불리한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를 방치하는 핑곗거리가 될 수는 없다. 자연이 손상되면 많은 노력을 들여도 원상회복이 어렵다. 정부는 오염된 땅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미군기지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