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0 23:38
수정 : 2006.02.10 23:38
사설
〈왕의 남자〉는 비주류 영화다. 남사당패는 비주류의 상징이고 장생과 공길은 패거리 안에서도 비주류다. 폐비 윤씨의 소생인 연산군은 최고 권력자이지만 왕실 안에선 비주류다. 장녹수나 환관 처선도 마찬가지다.
영화 내용도 주류에 대한 조롱과 모반, 뿌리뽑힌 자의 애환 등 비주류 이야기다. 연산군은 어머니의 폐위와 죽음에 간여했던 대왕대비와 선왕의 중신을 조롱하고 죽인다. 장생은 대신들 가슴엔 풍자의 비수를 꽂고, 공길은 녹수를 조롱한다. 그러나 장생은 사랑과 두 눈을 빼앗겼고, 공길은 남색을 팔아야 했으며, 연산군은 파멸했다. 육갑, 칠득, 팔복이가 사냥놀이의 사냥감이 되어 쫓기는 건 상징적이다.
〈왕의 남자〉는 애초 변두리 영화였다. 특급 스타도, 화려한 그래픽이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없다. 그래서 개봉 때 스크린 수는 대형작 〈태풍〉이나 〈킹콩〉의 절반 수준이었다. 언론 지면에선 〈태풍〉 등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고, 평론가와 기자들의 예상은 ‘괜찮긴 한데 흥행은 별로’였다. 충무로에선 최고 300만명으로 내다봤다.
이 영화는 개봉한 지 불과 45일 만인 오늘 관객 1천만명을 돌파한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빠르다. 언론매체나 평론가들은 자신의 예상과 판단을 간단히 뒤집은 이 영화의 대박 요인을 설명하느라 우왕좌왕한다. 이준익 감독의 답은 간단하다. 다수지만 핍박당하고 소외당해온 비주류의 정신이 그것이다. 하긴 그 자신이 전형적인 비주류 감독이다.
대개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주류가 아니다. 이들의 규범, 제도, 관계, 감수성 그리고 기득권을 전복시키려는 비주류다. 주류의 도식에 날린 초강력 똥침과 관객의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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