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2 20:33
수정 : 2006.02.12 20:34
사설
재벌정책 변화 조짐으로 읽힐 수 있는 제안이나 논의나 부쩍 잦아졌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 원칙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한 데 이어,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개혁 로드맵 기본틀 안에서’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출자총액 제한제도와 지주회사 요건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보였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때 유인책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각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전체 흐름이 재벌개혁 의지를 다지는 쪽보다 재벌 요구를 수용하는 쪽에 치우친 듯한 건 걱정스럽다. 몹시 복잡하고 어려워 편린을 하나하나 떼어선 다룰 수 없는 게 재벌 문제다. 소유·지배 구조 사이의 괴리, 총수 일가의 회사 이익 편취와 편법 상속 등 도덕적 해이와 투명성 결여가 문제라는 데는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잘못을 고치지 못하는 건, 재벌이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무거워 섣불리 흔들기 어려운데다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다른 면에선 부작용을 심화할 가능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벌 규제 완화 여부는, 폐해를 막을 장치와 재벌의 체질 변화 추이 등과 함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정책 당국자나 정치권이 종합적 검토와 내부조율 없이 툭툭 내던지는 건 무책임하고 논란만 키울 수 있다. 금융·산업 자본 분리 문제만 봐도 산업자본이 금융까지 지배했을 때 나타날 폐해 때문에 참여정부가 지켜온 큰 원칙인데, 정부 당국자가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건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정치권 등에서 금방 동조론과 반대론이 각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신중해야 한다. 정권 말기로 가면서 재벌개혁 정책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적지 않음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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