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2 20:34
수정 : 2006.02.12 20:34
사설
위폐 제조·유통과 금융 제재를 둘러싼 북-미 갈등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6자 회담 또한 표류하고 있다. 이제 관련국 두루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 때다.
북한 외무성이 며칠 전 “국제적인 반자금세척 활동에 적극 합류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다. 미국이 제기한 의혹들을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이전보다 훨씬 전향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조처를 취할 것은 취하기 바란다. 모든 의혹을 ‘미국의 날조’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길이 아니다.
미국도 강경태도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국무부는 북한 외무성 발표에 대해 “좋은 언약”이라면서도 “우리 요구는 북한 정부가 그런(불법) 활동을 모두 그만두는 것”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라면 북한이 두 손 들 때까지 몰아붙이겠다는 뜻이다. 그래서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미국이 지금까지 제시한 증거들이 100% 확실하지 않은데다 많은 내용이 이미 알려진 과거의 것이어서, 위폐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의구심도 생기는 상황이다.
6자 회담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북-미 사이의 불신에 있듯이 위폐·금융 제재를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은 미국이 압박을 통한 체제 붕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서로의 악의만 강조해서는 지금까지 힘겹게 쌓아온 6자 회담 성과마저 잃어버릴 수가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와 관련되는 주요 현안이다. 모든 참가국은 6자 회담이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무가 있다. 먼저 위폐·금융 제재 갈등부터 넘어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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