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2 20:34
수정 : 2006.02.12 20:34
사설
민주노동당 새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됐다. 지난주말 치른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노동운동가 출신의 문성현 경남도당 위원장이 새 대표로 뽑혔다. 이로써 민족 문제를 중시하는 이른바 ‘자주파’가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을 독차지했다. 민주노동당의 향후 노선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당직 선거는 어느 때보다 혼탁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정책을 둘러싼 건설적 비판과 토론보다는 인신 공격과 비방이 더 기승을 부렸다는 평가가 더 많다. 선거기간 내내 ‘선거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부패한 보수정치를 갈아엎고 희망을 주는 진보정치를 펼치겠다’는 정당 치고는 크게 실망스런 모습이다.
이제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쇄신을 꾀하는 것이 첫째 과제다. ‘역시 진보정당은 다르다’는 걸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책임이 새 지도부에 있다. 대립을 애써 감추면서 봉합을 시도하는 걸로는 안 된다. 진지한 토론과 민주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새로운 정책과 노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노선은 진보정치의 성패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자주파가 당권을 장악했다고 민족 문제 일변도로 가선 안 된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또한 중요한 목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땅의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들의 권익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보정치 세력이 정치에 혁신을 가져다주기 바라는 많은 유권자에게 믿음을 줄 개혁적 정책을 제시하는 것도 새 지도부의 과제다.
민주노동당이 오는 5월 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거듭남으로써 정치권 혁신의 계기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이는 진보정치 세력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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