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3 21:34
수정 : 2006.02.13 21:34
사설
경기 평택에서 그제 열린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가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났다. 경찰은 진압봉 대신 경찰통제선을 알리는 노란 띠를 들었고, 시위대는 입마개를 벗고 신명나는 꽹과리를 울렸다. 집회는 연날리기와 풍년 기원제 등 한바탕 문화공연과 평화적인 행진으로 마감했다.
평택 집회는 지난해 말 서울 농민 집회에서 두 명이 숨지는 사고 이후 첫 대규모 집회였다. 게다가 지난해 같은 곳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해 수백명이 다쳤던 불상사를 겪었던 터다. 사회적 관심과 걱정이 적지 않았는데, 마치 정월 대보름 축제 같았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날 평화적 시위는 경찰과 시위 참가자, 시민단체 등이 약속을 지키고 서로 믿은 성숙함이 낳은 좋은 본보기다. 우선 경찰은 집회장 들머리에 진압경찰 대신 교통경찰을 배치했다. 기동대는 눈에 띄지 않는 미군기지 안에 대기해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았다. 시위대의 자유로운 이동과 행진도 보장했다. 새로 취임한 경찰총수의 첫 시위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원천봉쇄를 푼 경찰에 화답해 시위대도 약속을 지켰다. 공격형 시위용품을 차단하고 미군기지 진입 시도 등 과잉 행동을 자제했다.
물론 성숙한 시위문화가 하루아침에 정착될 순 없다. 그제만 해도 경찰과 시위대 둘 다 외부 참관단과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과 시위 참가자 사이의 신뢰가 우선이며, 감정적 대응만 자제해도 심각한 충돌은 피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평화시위가 여론을 의식한 일회적인 사례로 끝나지 않으려면 관행과 제도를 바꾸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얼마 전 민관 공동위원회가 구성된 만큼 전·의경 기동대 해체, 시민참관인 제도 등 생산적 대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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