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4 21:41
수정 : 2006.02.14 21:41
사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내년 1월1일 임기가 시작되는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반 장관의 당선 여부는 물론이고 차기 사무총장의 선출시기조차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반 장관의 사무총장직 도전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중 있는 관심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됐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반 장관의 출마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전세계의 평화공존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기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반 장관의 출마로, 이번 사무총장 선출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된 동아시아의 긴장국면에서 그가 보여준 외교력에 대해 국제사회가 평가하는 성격도 띠게 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최우선 외교과제로 설정하고 총력전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사무총장은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가장 적은 인물이 돼 왔다. 지금까지 미얀마·가나·이집트·페루 등 약소국의 후보들이 당선된 것도 이런 강대국 사이 이해관계의 산물이다. 반 장관의 당선 여부를 한국의 국가위상과 연결시키는 것도 외교현실과는 동떨어진 국익론에 지나지 않는다. 반 장관의 도전이 좌절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을 둘러싼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반 장관의 사무총장 당선에 최대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지지인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다. 앞으로 동아시아의 안정과 지속적인 성장에 미국과 중국의 타협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반 장관의 외교역량 발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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