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5 22:11
수정 : 2006.02.15 22:11
사설
교육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경제교육 내실화를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민·관 합동으로 학교 밖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교육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협약 내용은 경제교과서 개편과정에 경제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하는 등 교과 내용과 교원 교육과정에 이른바 경제계가 직접 참여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공적인 교육과정에 이익단체의 요구를 반영할 공식 통로를 만들겠다는 교육당국의 발상이 이해되지 않는다. 교육의 독립성은커녕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잃은 처사다. 교육부는 경제교육에 대한 각계의 요구를 균형있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전경련은 직접적인 교육 주체가 아니다. 대기업과 재벌 오너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임의단체일 뿐이다. 굳이 경제교육의 이해 관계자라고 한다면 노동계나 소비자 단체가 빠질 이유가 없고, 교육 주체는 교원·학생·학부모가 먼저 아닌가.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현행 경제 교과서 내용 일부가 반기업, 반시장 정서를 부추긴다고 주장해 왔다. 얼마 전에는 직접 교재를 만들어 서울시교육청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교육당국이 재계의 일방적인 요구를 덥석 수용해 놓고 ‘민간자원 활용’이라고 분칠하는 건 낯부끄럽다.
물론 경제 교과서가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잘못 서술하거나 지나치게 윤리적·단정적으로 해석한 대목들은 마땅히 고쳐야 한다. 그러나 경제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은 그야말로 재계의 논리일 뿐이다. 기업은 이윤 추구만큼이나 사회적 기여가 중요하며, 대기업의 과잉투자가 외환위기의 주된 요인이었음은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재계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직접 교과과정에 참여하겠다니 한참 도를 넘은 것이다. 부적절한 협약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