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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6 21:10 수정 : 2006.02.16 21:10

사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또 강경발언을 했다. 위폐 문제와 관련해 북한 쪽에 “동판과 인쇄장비를 폐기했다는 확실하고 실제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두달여 전에도 ‘북한은 범죄정권’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버시바우 대사의 언행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그는 대북한 정책 책임자가 아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6자 회담과 위폐 문제 등 북한과 관련되는 여러 사안을 놓고 정부 차원에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정교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이런 사안을 두고 대사가 말부터 내뱉고 보는 것은 주재국인 한국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한 태도다.

발언 내용도 부적절하다. 지금 관련국들은 위폐 문제를 풀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확인과 해법 도출을 위해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방미도 추진되고 있다. 대사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것이다. 북-미 접촉을 통해 미국이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의 시인을 받아야 확정될 수 있는 사실을 미리 단정함으로써 접촉 필요성마저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행태는 6자 회담 재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세력이 미국 정부 안에 있는 이상 위폐 문제는 6자 회담 재개와 연계되지 않을 수 없고, 회담 재개 여부는 결국 북-미 사이 신뢰의 정도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버시바우 대사는 신뢰를 높이는 노력은커녕 불신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위폐 제조를 확신한다면 북한 쪽과 직접 만나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르고 빠른 길이다. 지금처럼 주한 미국대사가 외곽 때리기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버시바우 대사는 자신의 오만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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