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2 20:04
수정 : 2006.02.22 20:04
사설
국가기록원이 일제 이후 주요 역사적 사건과 정책에 관한 정부기관 기록물을 새롭게 찾아내 일부를 공개했다. 현대사 연구와 과거사 규명에 중요한 1차 자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정부기관 창고에 수십년 방치돼 있다 빛을 본 건 뒤늦으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눈에 띄는 건, 한국전쟁 때 실종·전사자와 포로 명단, 거창·강화·고창 지역의 민간인 희생자 관련 기록, 1980년 삼청교육대를 계획·관리한 정부의 기밀 문건 등이다. 이들 자료는 사료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생존하는 희생자와 유족들이 억울함을 신원하고 그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정보의 공개와 활용이다. 기밀로 분류된 삼청교육대 관련 문건 등은 전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과거사위원회의 진상규명 활동에 자료 제공을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국가 기록물 보존·관리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정부 수립 초기 반민특위 등 일제 청산 기록은 단편적인 몇몇 문건 외에는 거의 찾지 못했다. 일제 조선총독부가 강제연행자 명단까지 체계적으로 보존한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1970~8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평화의 댐 건설 등 주요 국책사업, 90년대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 사고에 관한 기록들도 일부만 남았다고 한다. 옛 공문서 보존기간(10년)에 따라, 또는 정권교체나 기구 통폐합 때 임의폐기한 걸로 추정된다. 국가기록에 관한 법률이 2000년에야 제정됐으니, 법적 책임을 물을 근거도 없다. 행정의 투명성은커녕 과거 정책에서 교훈을 얻을 기회조차 스스로 봉쇄한 꼴이다. 이제라도 국가 기록물을 한곳에서 통합해 관리하고 영구보존하는 등 장기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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