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3 21:15
수정 : 2006.02.23 21:15
사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록 유출사건으로 청와대의 외교정책 결정과정 및 기밀문서를 둘러싼 복합적인 난맥상이 또다시 극명하게 드러났다. 청와대가 내부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의견을 확정하기 전에 상당기간 논의를 거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전담당 행정관이 외교기밀문서를 여당 국회의원에게 유출한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고위관계자들은 비슷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밀문서 내용을 폭로한 최재천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의 대응도 현명했다고 할 수 없다. 당 제1정조위원장인 최 의원이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당 지도부와 협의를 거쳐 정부 쪽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문서유출 당사자를 적발해 징계하는 것으로 이번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지지를 보냈던 많은 이들조차 전략적 유연성에 깊은 의문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에서조차 반발하는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슬기롭게 풀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외교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도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생각이 다른 이들도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자제하고 민주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특히 해당 공직자들은 내부 토론은 충분히 하되 그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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