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1 21:50
수정 : 2006.03.01 21:50
사설
이번 국회는 비교적 조용히 넘어가나 싶더니 대정부질문 마지막날 끝내 국무총리와 야당 의원들 사이에 감정적인 태도와 막말이 오가는 추한 모습을 또 보였다.
이번 추태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와 이해찬 총리의 관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비롯됐다. 홍 의원이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으로 계속 몰아치자, 이 총리는 “홍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맞받아쳤다. “저는 총리처럼 브로커와 놀아나지는 않았다”(홍 의원) “인신모욕하지 마라”(이 총리)는 비아냥거림과 맞고함이 오갔다. 의석에서도 반발과 욕설이 터져나왔다. 멱살잡이만 안 했을 뿐이지 시정잡배들이 싸우는 것과 그다지 다를 바 없었다.
윽박질러 총리를 제압하려는 야당 의원이나 시종 뻣뻣한 태도로 대응하는 총리 두루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이 총리에게 더 많은 책임을 묻고자 한다.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통괄하는 총리는 국정 운영의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총리의 답변 내용이 아니라 태도로 국회가 시끄럽다면 그것 자체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 총리의 거칠고 공격적인 답변으로 2004년 정기국회가 두 주나 공전된 적도 있지 않은가.
이른바 본회의장 ‘기싸움’에서 야당 의원에게 밀리지 않고 잘 되받아치는 게 노련한 총리가 아니다. 한때 자신의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국민한테 편안함을 주지는 못한다. 질문이 다소 거칠고 공격적이더라도 한 발 물러서서 정제된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성숙한 태도를 보일 때 국민은 신뢰를 더 보내게 된다. 야당 의원들도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아랫사람 다루듯 하는 낡은 태도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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