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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3 21:10 수정 : 2006.03.03 21:10

사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이라고 했지만, 역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과 인도가 그제 합의한 핵 협력 협정이 그것이다. 인도 핵시설을 군사용과 민수용으로 분리하는 대신, 민수용은 국제 사찰을 받고 미국이 핵연료와 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비가입국인 인도는 8년 전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이후 국제 제재를 받아왔다.

이번 합의는 지난 수십년 동안 핵 비확산 체제의 핵심 장치였던 핵확산금지조약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게 분명하다. 비가입국의 핵무기 보유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이 조약은 몇몇 핵보유국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도구가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약을 무시하고도, 아니 무시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누가 조약을 지키려 할지 의문이다.

이번 합의는 필요에 따라 다른 기준을 들이대는 미국의 이중잣대 외교를 잘 보여준다. 합의와 함께 미국 국방부는 인도가 전투기, 헬기, 해상 정찰선 등 미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도를 확실한 전략적 동맹자로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제 인도 핵무기는 핵 비확산 체제의 걸림돌이 아니라 대중국 전략의 수단이 됐다. ‘미국이 결정했으니 세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오만한 태도다.

당장 북한과 이란 핵문제 해결 노력도 엉클어질 지경이다. 두 나라가 인도와 마찬가지로 민수용에 대해선 사찰을 받을 터이니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주장처럼, 인도는 민주주의 나라이고 핵무기를 ‘합법적’으로 획득했다고 우길 셈인가. 그러면 백수십 곳에 이르는 민주국가들이 모두 합법적으로 핵무기를 갖겠다면 어떻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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